[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 세바스찬 보렌스즈테인 감독(아르헨티나, 스페인·2016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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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8   |  발행일 2017-04-28 제42면   |  수정 2017-04-28
타인은 지옥인가요?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 세바스찬 보렌스즈테인 감독(아르헨티나, 스페인·2016 국내 개봉)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 세바스찬 보렌스즈테인 감독(아르헨티나, 스페인·2016 국내 개봉)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힐링 영화를 봤다. 모름지기 작가란 외로워야 하는 거라고, 외로움을 친구삼아 살기로 작정하고 지내다 슬슬 지칠 무렵이었다. 습관성 질병처럼 우울과 허무쪽으로 빠져가던 중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좋은 영화란, 삶에 대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그랬다.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말하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 로베르토는 철물상을 하는 중년의 독신남이다. 성격은 까칠하지만, 정직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타인의 침범은 질색이다. 이웃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 마리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요동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똑같이 일을 하고, 정확하게 열한시가 되면 잠이 든다. 이런 그에게 남다른 취미가 하나 있다. 세상의 기이하고 불합리한 사건(물론 비극)을 신문에서 찾아 스크랩하는 것이다.

영화는 철저히 혼자이기를 고집하는 로베르토가 맞이하게 되는 특별한 일주일을 다룬다.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중국인을 만나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살게 되며 겪는 이야기다. 혼자 지내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에게 닥친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그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를 보다 느낀 한 가지는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는 현재의 내 모습이 그를 꽤 닮아있다는 거다. 고독하기를 작정하고, 사람 만나는 일에 신중을 기하다보니, 도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었다. 긍정적 의미의 외로움,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기. 두 명제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걸까?

정신과 의사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캇 펙은 그의 명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모든 삶은 그 자체에 무수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랑하고 살면 살수록 더욱 많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로베르토가 철저히 혼자 살기로 결심한 데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물론 그가 이렇게 결심한 데에는 그만의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스캇 펙은 이어서 “사랑한다는 것은 모험이며, 이것은 또한 정신적 성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로베르토에게 있어, 중국인 쥔과의 만남은 그의 정신적 성장을 위한 계기가 되었다. 자신은 결코 원하지 않은 골칫덩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자신을 괴롭히던 그것이 바로 성장을 위한 기점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로베르토는 특별한 일주일(자신은 결코 원하지 않았던)을 보냈고, 사랑이라는 모험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신적 성장을 이룰 기점이 되었다. 그는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가 주는 고통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얼마만큼의 내공이 쌓여야 닿을 수 있는 경지일까? 보통의 우리는 절대로 못 이룰 경지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삶의 문제를 피해 도망간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직면하기, 고통을 받아들이기.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성장이다.

국내 개봉은 2016년이지만,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2011년에 개봉되었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중국인 쥔을 연기하는 이그나시오 황의 대사는 번역을 하지 않아, 리카도 다린이 연기하는 로베르토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욱 흥미롭다.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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