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지진 영향 놓고 갑론을박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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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07:18  |  수정 2017-11-17 07:18  |  발행일 2017-11-17 제3면
“암석 깨트리는 과정에서 강진 유발”
“시추공 단층 건드렸을 가능성 낮아”
공사업체 “두달간 작업 중단” 항변

2년 연속 경주·포항 일대에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연쇄 지진의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을 지목하는 가설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2.1㎞ 떨어진 곳에서 포항지열발전소(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야산 기슭) 시추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요인이 지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수㎞ 깊이로 두 개의 구멍을 뚫어 한쪽에 물을 집어넣고, 땅속에서 데워진 물을 다른 구멍으로 뽑아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뜨거운 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 최초로 2012년 기공한 이 발전소는 4㎞가 넘는 길이의 두 시추공을 뚫어 이미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시추작업을 통해 암석을 깨트리는 과정에서 이번 강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고속 주입(high-rate injection)과 지진 활동 연관성’ 논문에서 시추공과 연관된 지진 발생건수를 근거로 들었다. 1970년대 1~7건에서, 2011~2013년 75~190건으로 늘었고, 2014년엔 650여 건까지 급증했다는 것.

하지만 최재순 서경대 토목건축공학과 교수는 1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시추작업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줬다는 근거로 미국 셰일가스 채굴문제를 드는데 걸맞지 않다. 오클라호마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수백 개의 시추공에 수압파쇄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진이 관측된 건 30년 정도 지나서다. 2013년 발표된 미국 지올로지 논문을 보면 오클라호마에서는 1976년부터 지진 모니터링을 해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큰 지진이 발생한 건 2008년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발지진활동의 필요조건은 오랜 시간에 걸쳐 땅속 깊이 물이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데 지열발전소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름 8.5인치(21.6㎝)짜리 시추공 두 개가 단층을 건드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16일 가능성과 무관성을 반반으로 봤다.

그는 “수압 파쇄와 지진의 개연성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다만 맞느냐, 아니냐는 조사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지열발전소를 원인이라고 단정지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 지열발전소 공사를 맡고 있는 <주>넥스지오는 16일 이번 지진은 지열발전소와 무관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넥스지오 측은 “직경 20㎝, 심도 4.3㎞ 두 개의 시추공은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돼 있으며, 시추공사가 완료된 지난 9월18일 이후 약 두 달간 모든 현장 작업을 중단해 왔다”고 밝혔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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