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밟은 韓銀 언제 다시 가속페달 밟을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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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0   |  발행일 2018-01-20 제11면   |  수정 2018-01-20
기준금리
2018012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8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특히 만장일치로 동결을 선택,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통위가 올해 1~2차례 정도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고,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이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 안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과 별개로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여건과 달리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풀어둔 돈을 끌어모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경우 금리 역전과 국내 투자된 해외자금의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조사·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16개 투자은행 중 3차례 금리인상 전망이 8개, 4차례가 4개로 조사됐으며 전문가들도 미국이 올해 3월을 시작으로 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통위, 시장 예상대로 금리 현상유지
경제 추이 등 보며 ‘숨고르기’ 분위기
1천400조 가계부채 이자 부담도 한몫
美 연준 “올해 최소 3차례 인상” 시사
투기등급 기업 자금조달 영향 있을 듯
국내 전문가 “올 하반기에 인상” 점쳐
韓 경제성장률 2년연속 3% 상회 전망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고공행진 지속
이르면 올 4∼5월 인상 반전 가능성도



◆동결을 선택한 올해 첫 금통위

새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지난해 11월30일 6년5개월 동안 지속되던 금리인하와 동결상황에서 크게 방향을 전환했지만, 일단 경제 영향 등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를 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한은은 앞서 작년 11월30일에 열린 직전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2016년 6월 연 1.25%로 인하한 이래 오랜 기간 이어져오던 최저금리 기조를 인상으로 바꾸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시장은 금통위에 앞서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이 연거푸 금리를 올린 적이 거의 없었고,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9%가 동결을 전망했을 정도다. 지난번 금리 인상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는 데다, 곧바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만한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큰 요인은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개선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물가가 상승하게 되지만 현재까지는 이같은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갈 요인은 발생했지만, 환율하락에 따른 원화강세가 이를 넘어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할 경우 1천4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의 늘어난 이자부담도 한 몫했다.

장기 저금리의 부작용도 적지 않았지만,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시장에 반영되는 금리인상은 이보다 더 큰 탓에 취약차주들이 연체와 도산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특히 이들의 도산과 그에 따른 충격에 경기 개선세가 꺾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느낀 점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15~19일 국내 주요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18년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은 기업이 28.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가계부채(27.3%)와 투자위축(25.3%) 등의 순이었다. 결국 이자부담을 우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 넘긴 것이다.

◆빨라지는 세계의 금리인상 분위기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7일(현지시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최소 3차례, 상황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많이 인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카플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3번 움직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 만약 내가 틀렸다면 아마도 그 이상의 인상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플란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는 강해질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를 통한 부양책과 어우러진 강한 경기확장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댈러스 연은은 중앙은행인 연준 산하 12개 지역별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로, 카플란 총재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였다.

FOMC는 12명으로 구성되고, 연준 이사진(7명)과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고정적으로 8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지역별 연은 총재들에게 돌아가며 4표가 주어진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1.50%이며, 연준은 지난해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도 3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기가 계속 확장하면 통화정책 관련 문구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고, 일본은행도 장기 국채매입 규모를 축소한다고 깜짝 발표한 상황이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1년까지 미국이 기준금리를 3%로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은 1%, 영국 중앙은행(BOE)은 2%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 측은 “유럽 기업들이 금리 인상으로 받는 충격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고, 다만 투기 등급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에는 확실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리인상은 언제쯤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월 금통위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퇴임하기 전 마지막 기회인 탓에, 그 다음 회의가 열리는 4월은 신임 총재가 들어온 직후, 그리고 5월은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7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월에는 금통위 회의가 없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회의는 다음달 27일, 4월12일·5월24일·7월12일·8월31일·10월18일·11월30일 등 총 7회 이뤄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오는 4월까지여서 이 총재가 주재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2월 한번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총 12차례 열었던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는 연 12회에서 연 8회로 줄인 대신 금융 안정회의를 연 4회 연다. 금융 안정회의 일정은 3월29일·6월20일·9월20일·12월20일 등이다. 금통위 회의 의사록은 종전과 같이 회의일로부터 2주 경과 후 첫 화요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고, 국내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3%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 게다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강남지역 부동산가격 등을 고려하면 4~5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한국은 동결할 경우 10여년 만에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강남부동산 급등에다 가상화폐 광풍까지 이어질 경우 상반기 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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