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의 사필귀정] 남 탓 말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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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31   |  발행일 2018-01-31 제30면   |  수정 2018-01-31
[박순진의 사필귀정] 남 탓 말고 실천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연말부터 소중한 인명이 다수 희생되는 큰 규모의 화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애꿎은 인명 피해가 되풀이되고 국민적 슬픔이 이어지면서 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잦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은 아무리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이 와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으니 유감이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여당은 야당을 탓한다. 듣자니 이것은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도리가 아니다.

재난이나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유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여러 안타까운 사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일시적인 관심이나 위로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대중적 관심이 잦아든 이후에도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지속된다.

돌이켜보면 정치인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재난과 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터넷에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 부적절한 현장 대응, 재난 대응 시스템의 오작동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분노한 민심은 현장에서 고생한 소방관과 경찰을 질타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전문가가 등장하고 이것이 아쉽고 저것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이런 비난과 분석은 사건이 끝난 이후의 뒷북일 뿐이다. 심각한 위험이 상존하는 현장은 언제나 급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목숨 걸고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이나 흉포한 범죄자를 마주하는 경찰에게 비극적 결과만 가지고 비난하면 곤란하다.

사명감으로 천직을 택한 소방관과 경찰이라면 누구라도 국민의 목숨을 가벼이 하거나 사건을 회피하지 않는다. 한정된 인력과 열악한 장비를 가지고 목숨을 무릅쓰고 현장에 임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수년간 국민적 관심과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제자리걸음이고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사건에 대한 책임만을 묻는다고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일선 경찰과 소방관이 겪는 애로도 적지 않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종종 책임질 일들이 생긴다. 송사에 휘말리고 배상을 해야 할 일도 발생한다. 이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노한 국민과 정치인들이 현장의 애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명감 하나로 목숨 걸고 일한 결과가 엄청난 비난과 책임 추궁이라면 과연 어느 소방관과 경찰이 기꺼이 출동할 것이며, 나아가 누가 소방관이나 경찰이 되고자 할 것인가? 이들의 헌신에 대해서는 지원 확대로 응답해야 한다.

재난과 사고가 거듭되고 잔혹한 범죄가 되풀이될 때마다 국민의 관심과 질타가 이어지고 지식인과 정치인이 여론에 편승한다. 언제까지 이처럼 똑 같은 일을 겪으면서 공허한 대책을 되풀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여야 정치 지도자가 상대를 탓하고 비난하는 작금의 해프닝으로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합의와 실천이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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