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낄끼빠빠’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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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08:19  |  수정 2018-02-20 08:19  |  발행일 2018-02-20 제30면
[취재수첩] ‘낄끼빠빠’
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으로 융통성 없이 행동하는 사람에게 쓰는 비속어다. 최근 이슈로,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일 것이다.

박 의원이 이 단어와 엮인 것은 윤성빈 선수가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16일 TV중계에서 비롯됐다. 박 의원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체육계 고위 인사들과 통제구역인 썰매 픽업존으로 올라가 레이스를 마친 윤 선수를 격려하려던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하지만 정작 박 의원을 몰라본 윤 선수는 그를 지나쳐 추운 날씨에 자신을 응원하러 온 관중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어쩌면 금메달이 확정됐지만 자식을 안아보지 못하고 관중석 멀리서 아들을 지켜보던 어머니를 향한 세배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장에서 윤 선수와 인사를 나누지 못한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윤 선수와 찍은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설날이라 응원 오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왔는데 윤성빈 선수 정말 대단하다”고 썼다.

TV중계 이후 AD(Accreditation·승인) 카드로 입장한 박 의원이 썰매 픽업존으로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또 인증샷이 ‘선거용’이라는 비난도 터져나왔다.

박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낄끼빠빠’를 비롯한 갖가지 비난이 쏟아졌다. 자신을 박 의원 지지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번 일에 쉴드(방패)가 있을 수 없다”며 비판에 가세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박 의원은 IOC에서 고위 인사 초청을 받아 방문했고,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이 윤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감안해 박 의원 일행을 썰매 픽업존으로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어떤 경로로 AD카드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조직위도, 박 의원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몇몇 의원은 “누군가의 요청이 없었다면 IOC가 박 의원만 단독으로 초청하지 않는다”며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을 대하는 박 의원의 태도다.

박 의원은 ‘권유에 의해 응원을 가게 됐고 관계자의 안내로 썰매 픽업존으로 이동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본의 아니게 특혜로 비쳐져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러운 마음이고 저도 참 속상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특혜 논란을 비호하는 일부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적극적으로 ‘논란 잠재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논란을 ‘재수가 없어서 벌어진 일’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눈 감아주는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했겠지만 2018년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우리 선수를 응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보통의 마음이다. 다만 ‘입장권이 비싸서’ 갈 수 없는 게 극소수를 제외한 ‘보통’ 국민의 형편이다.

남은 올림픽 기간 ‘낄끼빠빠’를 복기하며 ‘보통’ 국민 속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길 박 의원에게 권한다.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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