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로봇이 움직이고 재난 대피로 만들었어요”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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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07:31  |  수정 2018-03-12 09:13  |  발행일 2018-03-12 제15면
■ 대구 매천초등·동대구초등·포산중의 SW교육 성과
20180312
대구 매천초등 학생들이 협업해 미래형 건축물을 모델링하는 모습(위). 동대구초등 학생들이 태블릿 등을 활용해 재난시 학교 대피로를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2018학년도부터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됐다. ‘정보’ 과목에서 총 34시간 SW 교육을 받는다. 전체 3학년 6개 학기 중 2개 학기 동안 매주 1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5·6학년 대상으로 17시간을 배워야 한다. 1개 학기 동안 매주 1시간 수업이 편성된다. 고등학교는 SW 교육이 필수 과목이 아니다.

이처럼 국내 SW 교육은 초등 5학년부터 시작해 중 3학년까지 이어지고 고등학교 단계에서 중단된다. SW 수업 시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수업 시수에서 SW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학교는 일주일에 0.25시간,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0.13시간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SW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정해 다양한 형태의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은 컴퓨터 과목을 초·중·고교 필수과목으로 채택했으며, 5세부터 16세까지 주당 50분 이상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다. 핀란드는 7세에서 16세까지 프로그래밍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중국은 초등 3학년부터 연간 70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는다. 2016년부터 교육부 지정 SW 선도 학교로 운영중인 대구 매천초등, 동대구초등, 포산중의 SW교육 현장의 모습을 취재했다. 다소 미흡한 SW교육 환경 속에서 나름 발빠르게 준비해 성과를 내고 있다.

매천초등 놀면서 SW공부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 구현
로봇 움직여 사다리타기 게임

동대구초등 창의프로젝트
교실배치도·엔트리·태블릿 들고
10시간에 걸쳐 안전 대피로 완성

포산중 전국유일 SW중점中
적극적인 컴퓨팅 사고중심 수업
동아리와·SW영재학급도 운영

◆매천초등, 신나게 놀면서 컴퓨팅 사고력 ‘쑥쑥’

대구 매천초등은 학생들이 SW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면서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점심 시간, 학교 어딘가에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SW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만든 음악 프로그램을 실행한 것. 학생들은 음악 시간에 배웠던 노래를 기억하고 이를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한다. 또한 체육 시간에 배웠던 표현하기 율동을 여러 대의 로봇을 활용해 아름다운 군무로 표현한다.

이처럼 학생들은 실생활과 연계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 장비를 활용해 완성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본다. 수업 주제에 따라 학생들은 로봇을 움직여 사다리타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수학문제를 해결하며,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공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바탕 시끌벅적 신나게 노는 모습이다.

한 학생은 “처음에는 프로그램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으나 어려운 것을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며 성취감과 협력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의력도 덤으로 얻는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미래 도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도시의 모습을 조금씩 만들어 나간다. 한 학생은 미래 도시에 필요한 무인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로봇을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한다. 다른 학생은 미래형 건축물을 제작하기 위해 3D프린팅 작업을 준비한다. 테블릿을 이용하여 건물의 형태를 모델링하고 이를 3D프린터를 활용하여 출력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또 다른 학생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긴급출동 드론을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이지응 매천초등 교장은 “미래인재의 역량은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에 있다. 본교는 SW기반의 창의적 메이킹 활동을 장려해 학생들이 고정관념을 버리고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구초등, 태블릿 활용해 학교 안전 대피로 만들기

대구지역 최우수 SW 선도학교인 동대구초등은 지난해 학기 중 이틀동안 10시간에 걸쳐 ‘우리 학교 안전 대피로 만들기’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했다. 체육·국어·실과 교과서 대신 교실 배치도와 엔트리·태블릿을 들고 화재나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안전하고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안전 대피로를 만드는데 모든 학생이 진지하게 참여했다.

학생들은 안전 대피로를 만들기 위해 건물 위치와 현관문 위치에 맞춘 알고리즘을 표현하고, ‘햄스터봇 탈출 게임 만들기’ 등 SW 관련 단원을 재구성했다.

이 학교에서는 이같은 프로젝트 수업이 전 학년별로 2개 이상씩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학년별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활용해 ‘D.S.Festival’을 운영했다. 교육기부로 참여한 학부모와 함께 컴퓨터 과학놀이, 미션! 라이트봇, 센서 프로그래밍 등과 같은 주제를 정해 놀이를 통한 SW 활동에 참여했다.

◆포산중, SW 기본 교육부터 동아리·영재학급 운영

포산중은 ‘포산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통해 컴퓨팅사고력을 키우는 케이스다. 2016년부터 전국 유일의 SW 중점 중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학교는 무엇보다 정보교과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에게 정보윤리, 정보보호교육을 비롯한 교육용 프로그래밍과 컴퓨팅 사고 중심 수업을 한다. 어려운 것보다 쉽고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컴퓨터실을 개방해 학생들이 이 공간을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라 SW 놀이터 공간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SW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교육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산주니어SW아카데미’ 동아리와 SW영재학급 운영을 통해 창의융합심화교육을 진행한다.

2년 전 교내 SW축제에 참가한 한 학생은 “축제를 계기로 다양한 SW산출물대회에 나가보면서 SW창작활동을 즐기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혜랑 교장은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 및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해 실생활과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제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구현해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정보교과와 여러 교과에서 배운 지식을 융합하고 해결하는 활동을 통해 미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SW교육의 의미를 전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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