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시민은 언제까지 수돗물 공포에 떨어야 하나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25   |  발행일 2018-06-25 제31면   |  수정 2018-06-25

대구 수돗물에 신종 유해·발암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당국은 과불화화합물에 의한 수돗물 오염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환경부와 대구시가 진작에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숨겨온 게 불신감을 키운다. 수돗물에 포함된 극히 미량의 과불화화합물은 인체 유해 정도가 크지 않아 시민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그보다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물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끼치는 유해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환경당국과 지자체의 실태조사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부가 낙동강권역 6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과불화화합물 실태 조사를 벌인 게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이 조사를 토대로 과불화화합물을 수질감시 항목에 포함시킨 게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환경부는 지난 12일에야 과불화화합물의 주요 배출 장소가 구미 하수처리구역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배출 사업장의 원인물질 중단 조치를 완료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모르고 과불화화합물이 든 수돗물을 마셔온 대구시민으로선 분통 터질 일이다.

대구시의 안일한 대처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에 따르면 지난 5월21·24일 매곡·문산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과불화옥탄산(PFOA)이 정수된 수돗물에서 13.5~16.5ppt 검출됐다. 또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도 수돗물에서 139.6~165.6ppt 검출됐다. 두 물질의 농도가 국제 기준보다 아주 낮은 수준이라지만,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낙동강 수질 오염 사고를 겪었던 대구시민의 공포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구시가 한 달 넘게 과불화화합물 검출에 대해 침묵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힘들다.

시민이 수돗물조차 마음 놓고 못 마시게 만든 것에 대해 환경당국과 대구시는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과불화화합물이 소량이어서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당장 낙동강 수계의 유해물질 실태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정수처리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