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南北관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하> 대구경북지역 남북교류 방향

  • 이효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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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8 07:38  |  수정 2018-06-28 11:30  |  발행일 2018-06-28 제7면
“지자체·의회·시민단체·대학 함께 남북교류 거버넌스 구축해야”
20180628

영남일보·경북대평화문제연구소·영남대통일문제연구소가 공동 기획하고 영남대 후원으로 마련한 ‘급변하는 남북관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차 토론회가 지난 21일 영남일보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박한우 영남대 교수(빅데이터 전문가),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영토평화연구소장), 김상희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이 참석해 ‘남북 교류’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토론자들은 대구·경북이 입지 여건상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할 때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데 공감하고, 지자체·기업·대학·사회단체 등이 협력해 적극적인 교류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진행은 박종문 영남일보 교육팀 부장이 맡았다.



▶오늘 참석한 분들은 현재 대북교류업무를 담당하거나 과거 북한과의 교류 경험을 갖고 있는데, 우선 그 경험부터 공유해 볼까요.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2002년부터 하나원을 통해 탈북자 정보화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북한에 2천300만명이 넘는 정보 소외계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노무현정부 때 2차 정상회담 안(案)에 남북한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북이 원했던 건 학교 정보화였다. 2008년까지 중국 단둥에 북한쪽 기술자를 불러 IT교육을 지원해왔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교류가 끊어졌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 “2006년 대구대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장애인 재활 관련 북한 협력을 추진했다. 평양에 있는 적십자중앙병원 회복기(재활) 치료과에 대한 병동 개선 사업을 했다. 단순 장비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진행했다. 철저한 내부 논의를 거치고, 북한 장애인 재활 관련 현황을 파악했다. 분단 후 처음으로 북측 기관과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자체 재원 9천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지역 의료기기 업체들이 많은 장비를 지원해줬다. 업체 직원들이 평양·남포 등에 직접 가서 보청기 작동법을 연수시켰다. 2006년 시작해 2007년 마무리됐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더 진행되지 않았다.”

△김상희 대구시 자치행정과장= “남북교류협력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남북 교류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실정이다. 2014년까지 지역 민간단체 재정지원을 통해 북한과 교류해 오고 있다. 수해 생필품 보내기, 철도 폭발사고 성금 모으기, 연탄·내복 보내기, 평양 빵공장 건립 비용 마련 등에 힘을 보탰다. 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 50억원을 이미 마련해 뒀고 협력조례제정(2005년), 교류협력위원회 운영(2006년) 등 차분히 준비해 와 향후 남북교류를 위한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 상황이다.”

△최철영 교수= “지역 정서상 대구·경북은 국내 지자체 중 남북교류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대구시가 주도한 것은 어린이 내복, 연탄 정도뿐이다. 제주도·경남도는 몇백억 단위로 지원하고 있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데이터 분석가로서 지난해부터 NK테크(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중 많은 이가 읽는다는 ‘기술혁신’을 보고, 북한 내부의 R&D를 분석했다. 이런 데이터가 왜 중요하냐면 북한 내부 시스템을 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 학술지 분석은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 이번 분석을 통해 R&D 영역에선 우리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분야는 오히려 북이 훨씬 앞서 있다. 남한은 북한을 시혜적 관점에서 교류한다고 하지만 어떤 분야는 호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분석의 역할이 있다.”

▶이제는 교류협력에 대한 마인드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철영 교수= “남북교류협력사업에는 인도적 지원사업과 교류·협력사업이 있다.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서 해야 하는 의무다. 이건 시혜가 아니다. 문화 등 각종 행사에 북한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교류사업으로, 시혜적으로 볼 수 있다. 호혜적인 것은 경제협력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퍼주기라고 하면서 호혜적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보수적인 지역정서상 대북교류에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저는 지역 대학들에 적극적인 교류를 제안하고 싶다. 지역 대학은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적극적으로 북한 대학들에 관심을 갖고, 어느 대학과 교류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건 대학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청년 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산업적 여건도 좋지 않고 폐쇄적·보수적인 탓에 젊은 인재의 유출이 심각한데, 적극적 남북교류 등으로 자부심을 갖게 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청년에게 남북교류와 발전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상희 과장= “2014년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은 권영진 시장 취임 후 3년 만에 남북교류협력기금 50억원을 조성하고 통일정책기초수립 연구를 마치는 등 대북교류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이를 토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 준비는 다 돼 있다. 부서별로 비교우위에 있는 대구의 대북교류 분야를 파악해 봤더니 경제교류를 제외하고 국채보상운동, 국제마라톤, 메디시티대구 등이 나왔다. 물산업 등 북한 실상을 파악하고 대구가 할 수 있는 교류분야에 대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해 나가겠다.”

△최철영 교수= “남북관계에 대한 시각과 철학을 갖고 있는 권영진 시장이 짧은 기간에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의 남북관계 변화가 대구시로서는 오히려 큰 기회다. 다른 지자체와 같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 이해, 그리고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문우 수석연구원= “남북교류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제시한 ‘H라인 경제 벨트’를 보면 대구·경북이 가장 많이 포함된다. 이 지역에 가스관이 통과한다. 가스공사도 대구혁신도시에 있다. 북과 교류 때 우리가 가져오는 것은 대부분 지하자원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포스코가 포항에 있다. 또 북한 무역항 대부분은 동해에 있다. 포항·울릉 등이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대구·경북이 할 것이 많다. 대구·경북지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박한우 교수= “남북협력에 트리플헬릭스(triple-helix)적 접근도 중요하다. 북한 김책종합공업대는 미국 시라큐스대와 학술 교류를 해오고 있다. 지역대학이 김책공업대와 직접 교류할 수도 있지만, 시라큐스대와 교류하면 김책공업대와 교류 가능성도 자연스레 열리는 셈이다. 북한이 어느 나라, 어떤 파트너를 두고 있는지 파악해 거기에 접근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대구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 역할이 중요합니다. 본격 교류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서포트, 촉매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최철영 교수= “대구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시민의 34.9%가 남북 간 교류협력에 부정적이었고, 이보다 적은 33%만이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 맡기면 안 된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와 주민을 중간에서 연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시가 중앙정부의 비전을 지역사회에 제시하고, 시민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면서 이끌어가야 한다. 대구시, 시의회, 시민단체, 대학이 합쳐 남북교류를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박문우 수석연구원= “대구·경북은 H라인 경제벨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정부에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지역주민에게도 경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줘야 한다. 북한은 원산지역 등의 관광사업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와 연계한 대구경북지역의 관광분야 협력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큰 그림만 그린다. 대구·경북 지자체가 이를 구체화해서 지역 주민에게 설명하고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있어야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구·경북이 남북교류에 상당히 유리한 입지여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올 수 없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박문우 수석연구원= “대구경북은 H라인 경제벨트에서 무수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주민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

△박한우 교수= “대구·경산권에 대학들이 몰려 있다. 대북교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청년과 기성세대가 북에 대해 갖는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는 일이 급선무다.”

△최철영 교수= “대구시가 남북 간 교류협력에서 뒤처지면 이는 곧 일자리 소득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청년이 대구를 떠난다. 대구 미래를 위한 결단으로 대구시가 남북교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상희 과장= “정부와 지자체의 힘만으로 평화의 시계를 앞당길 순 없다. 시민이 이러한 공감대 형성에 협조해 준다면 기꺼이 힘을 모아 나가겠다.”

정리=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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