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놀이처럼 즐기는 독서토론 國·英·數 공부의 밑바탕”

  • 이효설,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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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07:39  |  수정 2018-08-20 09:20  |  발행일 2018-08-20 제15면
■ 7년째 함께 ‘우리들의 독서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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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담양(한가운데)이 친구, 후배, 엄마와 함께 독서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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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고 1년 장유담양

#사례

지난 5일 오후 8시30분 대구시교육청 인근 한 카페. 중·고교에 다니는 여학생 6명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몇 년째 매주 혹은 매월 한번씩 모여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모임(‘우리들의 독서토론’)의 원년 멤버인 장유담양(대구여고 1학년)은 초등 4학년 때부터 독서토론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날은 에밀 아자르가 쓴 ‘자기 앞의 생’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이 책을 읽고 생각할 거리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없이 살 수 있을까?’를 우선 꼽았다. 장양은 “그 사람이 없을 때 생각나거나 보고싶으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사랑 없이 살 수 있냐’는 물음에는 ‘살 수 있다’는 말의 정의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여기서 사랑은 사람을 포함해 무언가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수경양(동부중 3학년)은 “남녀 간의 사랑은 감정소모에 불과하다. 가족 간의 사랑이 만약 없다면(…), 감정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냉소적 의견을 냈다. 사랑은 본능적이라거나 후천적으로 배워 깨닫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들도 나왔다.

장양은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만의 시각을 조리있게 표현했다. 여느 고1 학생들보다 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책을 읽은 소감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이날 토론 중 누군가가 ‘책 속 등장인물들은 왜 모두 약자들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여러 의견이 나왔다. 장양은 “제 생각에는 사랑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시람들인 것 같다. ‘사랑이 없었다면 과연 이들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을까?’라는 메시지를 작가가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는 배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시문턱에 들어선 학생, 학부모들은 그보다 선행학습, 문제풀이를 쫓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세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초등 때부터 고교까지 책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가 있어 소개한다.


‘독서토론 원년 멤버’ 여고 1년 장유담양
초등 4년부터 엄마와 매주 1권씩 책읽기
책에 대한 것, 느낀 점 나누는 재미에 푹
자연스레 생각을 말·글로 정리하는 습관

같이 읽고 의견 공유만으로도 공부에 도움
문장 이해도↑…국어·영어 지문 파악 수월
“고교생 땐 수학 집중할 시간 상대적 여유”
전교 1등…최근엔 친구들 함께 책 ‘수다’

◆책읽고 토론, 놀이처럼 시작했다

장양은 2012년 엄마와 함께 ‘책읽기 놀이’를 시작했다. 엄마(이주양 경북여고 국어교사)와 함께 얇은 동화책 등을 매주 한권씩 읽었다. 그러다 엄마와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장양은 “책을 같이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는데, 나랑 엄마가 비슷하게 느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재미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딸의 반응이 괜찮자, 엄마는 딸의 친구들을 3명 더 모았다. 토론자가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매주 한번 집앞 카페에 앉아 서로 좋아하는 음료와 빵을 먹으며 읽은 책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장양은 “독서도, 토론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자기 얘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7년째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평범한 엄마도 독서토론할 수 있어

시간이 흐르면서 읽은 책도 쌓여갔다. 한 권 두 권 읽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됐다. 중학생이 되면서 소감문도 직접 썼다. 읽고 덮어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다. 읽기 능력, 쓰기 능력이 함께 향상됐다.

이 교사는 “유담이가 중2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한 호흡에 읽어냈다.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읽은 내용을 제대로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독서토론을 위해 사교육 힘을 빌리는 엄마들이 적잖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독서토론을 할 때 반드시 엄마가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 같이 읽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나 역시 독서토론을 통해 뭔가 이루려고 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내가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고민하다 독서토론을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 아이가 좋아했다”라고 귀띔했다.

◆독서토론, 학업 수행능력도 높여

고교생들에게 물어보면 “독서와 국어성적은 연관성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장양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독서토론의 힘이 수능과 내신 등 학업 수행에도 꽤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장양은 “국어 지문을 읽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비문학 지문의 경우, 읽으면서 즉각 핵심 주제나 키워드를 뽑아 읽어낸다”고 했다.

문장 이해도가 높으니 영어 공부도 수월하다. 수능영어는 지문 내용의 주제만 간파해도 풀리는 문제가 많다.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니 정답 찾기가 쉽다는 것.

장양은 중학교 때 영어학원에 다녔다. 이밖에 초·중학교 때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는 “국어, 영어가 쉽게 풀리니까 고교 들어와서는 수학에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여유를 보였다.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겸손해하는 장양의 성적은 1학기 현재 전교 1등이다.

글=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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