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대구 서구 평리3동 재건축정비사업 현장에서 도로를 막은 업체 측과 주민 간 마찰이 발생하면서 한 주민이 쓰러져 있다. (독자 제공) |
“이 사람들(용역)이 길을 막아놓는 바람에 집에 가려면 10분을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 9일 오전 대구 서구 평리3동 재건축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울분으로 가득차 있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평소 이용하던 골목길을 다시 개방하라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고, 용역업체 직원 50명가량은 단단한 벽을 만들어 주민을 가로막아 섰다. 결국 몸싸움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쓰러져 응급차로 이송됐다. 주민 강정자씨(여·75)는 “저 골목을 지나가면 바로 우리 집인데 오늘 갑자기 골목을 막았다. 짧은 거리 걷기도 힘든데 10분을 돌아가는 게 말이 되냐”며 “동네 먼지를 봐라. 집안까지 들어오는 먼지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일대는 지난 10월15일 서구청에 건축물 철거 신고가 접수됐고 11월부터 철거가 진행 중이다. 철거가 완료되면 11개 동(지상 35층)에 1천678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이달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되자 아직 남아 있는 일부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철거업체와 구청에서 제대로 된 철거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철거가 진행되기 전 현수막과 안내문 등을 통해 절차를 알려줘야 하지만 갑자기 철거가 시작됐다는 것. 주민 이향숙씨는 “신생아가 있는 집도 있고 심장이 안 좋은 어르신이 살고 있는 집도 아직 남아 있다”며 “아침에 때려부수는 소리에 놀라 나가 보니 큰 차량들이 길과 골목을 막고 철거를 하고 있었다. 구청과 업체에서 사전에 철거 시작을 알려주지도 않아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평리3동에는 보상 절차를 마친 가구(300명)가 이주를 완료한 가운데 주민 120명 정도가 아직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보상가격이 터무니없이 적어 이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책정된 감정 금액으로는 인근에 비슷한 집도 구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연우 평리3동 재건축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감정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어 이사를 갈 집도,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절망적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구청 관계자는 “철거업체에 인근 주민에게 사전에 공지하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수막 등 안내가 없었던 것 같다. 길을 막는 이유는 철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며 “구청에서도 주민들 피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현장지도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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