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약인데, 폐암엔 비급여로 月 1천만원” 애타는 효심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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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5 07:33  |  수정 2019-02-25 07:33  |  발행일 2019-02-25 제5면
‘死境’ 폐암4기 母 특정약으로 호전
암 80% 줄어들었지만 약값에 눈물
딸 “흑색종과 동일하게 급여적용을”
“똑같은 약인데, 폐암엔 비급여로 月 1천만원” 애타는 효심
어머니의 약값 영수증 사진. <김씨 제공>

대학생 김모씨(여·23)는 2015년 폐선암 4기 진단과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 송모씨(50)를 간병하고 있다. 송씨는 대학병원 7곳을 오가며 방사선치료를 비롯해 수많은 표준·면역 항암제 투여 등 약물치료를 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씨는 자신의 면역세포를 뽑아 어머니에게 넣는 임상시험을 자원할 정도로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으나 송씨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했다. 급기야 송씨는 흉수가 차올라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김씨의 22번째 생일이던 지난해 5월16일 또다시 응급실로 이송됐다. 흉강경 수술을 앞둔 어머니를 보며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수술을 앞둔 순간 담당의사는 “어머니에게 BRAF 변이가 확인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송씨는 ‘라핀나’와 ‘매큐셀’을 병용하기 시작했다. BRAF 변이는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1~3%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BRAF V600 변이가 확인된 폐암 환자에게는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병용 치료 이후 기적처럼 어머니의 증세는 호전됐다. 이전까지 심한 기침·가래 때문에 사용해 오던 마약성 치료제를 끊어도 될 정도가 됐다. 또 흉수도 줄어들어 호흡도 한층 쉬워졌다. 현재는 암세포가 80%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김씨는 “임상시험에서도 라핀나, 매큐셀 병용요법을 통해 폐암 완치까지 나온 경우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핀나와 매큐셀은 폐암환자에게는 비급여 항목이라 한 달 약값 1천여만원을 고스란히 자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 라핀나와 매큐셀 병용요법의 급여 인증근거가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폐암에 대한 병용요법의 급여가 인정되려면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이뤄져야 한다. 김씨는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똑같은 약인데도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매월 1천여만원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 약이 아니면 치료하지 못하고 죽어갈 엄마와 매달 1천만원이라는 약값을 대지 못해 약을 쓸 수 없는 폐암환자를 위해 라핀나와 매큐셀이 급여가 되도록 도와 달라”고 청원글을 게시했다. 24일 오후 4시 현재 이 청원엔 6만6천여명이 동의했다.

김씨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간제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있다”며 “어머니가 앞으로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값 지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 흑색종과 폐암환자에게 공평하게 급여적용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라핀나·매큐셀의 폐암에 대한 급여 적용을 두 차례 암질환 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했지만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됐다”며 “현재 제약사와 약값 인하, 보험 적용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 환자는 재난적 의료비 구호제도를 이용하면 약값의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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