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 회원가입

  • Home
  •    |    인성교육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돈보다 귀중한 것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최소영기자
  • 2019-05-13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좋아하는 선물 준비했다니깐, 돈인 줄 아는 아이들”

지난번 글에서 ‘돈의 전능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요즘 아이들과 이전 세대의 아이들을 비교했었다. 30년 전 아이들은 작은 고사리 손이지만 가족에게 노동력 제공을 통해 감사와 인정을 보상으로 획득하면서 사회화 과정을 밟아가는 데 비해 요즘 아이들은 소비를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간다는 글이었다. 돈을 들고 슈퍼에서 과자를 사면 다섯 살인 나도 어른과 똑같이 내미는 돈만큼의 값어치로 보상받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짜릿하고도 강렬한 첫 경험. 소비 주체로 등장하는 한, 그 구매 주체의 다른 어떤 부분에 대해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돈의 전능성’을 알게 된다 하였다.

돈!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참으로 이야기를 꺼내기엔 껄끄러운 소재다. 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 요소다. 꿈을 이루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하며 돈이 없어 고통과 불행의 늪에 빠지기도 하는 사람도 많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으나 돈이 없으면 행복을 느낄 경우의 수가 줄어듦을 알기 때문에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좋아한다.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지 않게
어른들이 먼저 ‘바람직한 거울’ 돼야

英·佛, 중산층 기준 정신적 가치 꼽아
우리나라는 아파트·차·월급으로 선정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재미있고도 슬픈 이야기를 옮겨본다. 지인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어느 날 지인의 학교에서 전교생 모두에게 맛있는 피자를 선물하는 행사가 있었다. 지인은 학반의 귀여운 꼬마들에게 이 행복한 소식을 전했다. “얘들아! 오늘은 여러분에게 학교에서 선물을 준대요. 그러니 더욱 열심히 공부해요.” 말이 끝나자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열심히 공부하기’라는 본질은 이미 10리 밖으로 달아나고 ‘학교에서 무엇을 줄 것인가’만 남은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선물 뭐 줘요?”라는 질문 때문에 수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오늘 선물은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야. 열심히 공부해야 받을 수 있어. 이제 공부하자.” 교사의 의도와는 거꾸로 달리는 아이들! 선물이 뭔가에 대한 추리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거?” “뭐지? 뭘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니?” 그러다 한쪽 귀퉁이에서 드디어 알아냈다는 듯 들리는 용감한 목소리. “아~ 알겠다. 돈이구나 돈!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돈이잖아. 오늘 학교에서 돈 준단다. 돈!” 우스우면서도 슬픈 것을 시쳇말로 웃프다고 표현하는 모양인데 들으면서 ‘이 상황보다 더 웃픈 상황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을 감옥에 가도 좋은가?’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나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 조사에 많은 학생이 ‘그렇다’라고 높은 빈도로 대답하였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라고 하면서 냉철한 현실주의적 감각에 따라 10억원이라는 거액과 감옥 1년과 맞바꾸는 거래에 매혹당하고 물질적 가치 때문에 윤리적 가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음을 경계하고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즘 아이들이란~ 쯧쯧!’ 하면서 아이들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중산층이 되는 기준이 무엇입니까?”에 대한 나라별 기준을 비교하는 재미있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영국 사람은 중산층이란 페어플레이를 하며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있고,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며 불의와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은 하나 이상의 외국어를 할 줄 알며, 즐기는 스포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정도 있을 것,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나만의 요리가 있을 것, 사회가 타락했을 때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며 약자를 도우고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꼽았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의 생각은 어떠할까. 부채 없이 30평 이상 아파트를 가진 사람. 2000cc급 중형차를 굴리며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을 소유한 사람. 월 급여 500만원 이상이 되고, 1년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란다. 나는 이 글이 우리나라 사람을 스스로 비하하려는 의도로 쓴 것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흔히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한다. 8세 귀여운 꼬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돈’이라고 스스럼없이 외치는 뜨악한 장면, 10억원을 위해서라면 교도소도 불사하겠다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치 전도 현상은 혹시 나의 모습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돈만 밝히는 뻔뻔하고 이기적인 모습, 돈을 위해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천박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보아야 하겠다. 심리학에서는 익숙한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는 항상성을 가지도록 하지는 않았는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상에는 돈보다도 더 귀중한 가치가 있음을, 돈이란 단지 도구적 가치임을, 도구적 가치보다 더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신적 가치가 있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품격임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신현숙 조암중학교 수석교사>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