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호감’ 한국당 아직도 위기감 느끼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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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1   |  발행일 2019-08-01 제27면   |  수정 2020-09-08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천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1.8%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21.4%의 두 배다. 지난달 초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한국당 비호감도는 65%였다. 한국당의 비호감도가 정당 지지율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는 얘기다. 내년 4·15 총선에서 한국당의 고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치 평론가들도 지지율이 아닌 비호감도를 선거의 결정적 변수로 꼽고 있다.

비호감도 팽배는 한국당의 자업자득이다. 의원들의 언행은 국민정서와 배치(背馳)됐고 환골탈태를 외쳤지만 늘 인적 쇄신은 시늉에 그쳤다. 정책 대안 정당의 면모도 보여주지 못했다. 국가적 경제·안보 위기상황에서 일본·러시아 등을 향해야 할 한국당의 화살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만 집중됐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한국이 북·중·러·일에 뭇매를 맞는 합성사진을 SNS에 올려 ‘저질 패러디’라는 비난을 들었다. 국익과 국민 자존감을 훼손하는 행태는 공당의 대변인이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자발적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문 대통령의 상술로 비하한 전 의원도 있었다. 오죽하면 “우리가 문 정권 비난하는 것 말고 잘 하는 게 뭐 있느냐”는 장제원 의원의 탄식이 나왔겠나.

‘도로 친박당’의 이미지도 걷어내야 할 과제다. 실제 사무총장·예결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친박계 의원들이 꿰찼다. ‘도로 친박당’이란 비아냥이 나오자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나는 친박 의원들에게 빚진 게 없다. 친박을 키우러 한국당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 청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친박계 의원들의 옹립으로 당권을 쥔 황 대표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나마 한국당이 점수를 딸 수 있었던 경제대전환위원회는 일본 무역보복과 안보 현안에 묻혔고,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경제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의석 110석의 거대정당이자 제1야당의 모습이 이렇게 허접하고서야 보수 재건인들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여당의 ‘친일 프레임’ 탓으로 돌리는 한국당 지도부엔 절박한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라도 혁신의 고삐를 다잡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과 정책 제안으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공약으로 정치분권 이슈를 선점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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