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혹에 면죄부 주기냐, 비리 실체 규명이냐…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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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8   |  발행일 2019-08-28 제3면   |  수정 2019-08-28
정치권 ‘檢 전격 압수수색’ 예의주시
20190828
검찰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연루된 기관 20여 곳에서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왼쪽부터 부산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응동중학교. 연합뉴스

검찰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비리 의혹에 연루된 기관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조 후보자 진퇴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 중인 ‘조국 정국’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검찰의 전격 수사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감싸기 위한 ‘물타기용’인지, 아니면 의혹의 실체를 조기 규명하기 위한 노력인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과 혐의점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한 기관들은 조 후보자 딸 조모씨(28)의 부정입학 및 장학금 특혜 의혹과 관련해 비리 혐의를 받는 곳들이다. 부산대의 경우 검찰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양산부산대병원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소속이던 조씨에게 교수 재량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조씨는 2016년부터 3년간 한 학기에 200만원씩 총 6번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는 2015년 입학 학기에서 유급한 뒤 휴학했지만 2015년 7월 외부장학금에 대한 예외규정을 추가해 의전원 장학생 선발지침이 변경됐다.

검찰은 부산시청 건강정책과 등지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노 원장 등 부산지역 의료기관장 임명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장은 조씨에게 외부장학금을 준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올해 초 부산대병원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검찰은 조씨가 한영외고 시절 인턴십을 하고 논문 등을 작성한 단국대와 공주대, 인턴 활동 등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해 입학한 고려대 등지에서도 관련 기록을 확보해 입학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딸 입학·장학금 특혜 여부 수사
사모펀드·웅동학원도 대상 포함

與 “수사 굉장히 이례적” 당혹감
野 “曺 구명차원서 착수” 의구심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하기 전 2학기 동안 적을 두고 장학금 802만원을 받은 서울대 환경대학원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한 조씨는 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 ‘관악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으나 경위가 분명치 않은 실정이다.

이밖에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과 경남 창원에 있는 웅동학원 재단 사무실도 이날 압수수색을 당했다.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씨와 자녀, 처남 정모씨와 두 아들 등 6명이 전체 출자금 14억원을 투자해 사실상 ‘가족펀드’로 확인된 바 있다.

코링크PE가 투자한 가로등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 업체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를 시작한 2017년 이후 관급공사 177건을 수주해 조 후보자의 영향력이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 동생 측이 2006년과 2017년 제기한 공사대금 상환 소송에서 변론 없이 패소해 거액의 빚을 떠안았다. 조 후보자 측은 지난 23일 학교법인을 국가 또는 공익재단에 넘기고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수사 의도 논란

여야 정치권은 전격적으로 착수된 검찰의 강제수사 의도에 반신반의하면서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강제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치 검찰’의 경험이 있는 데다 ‘검찰 개혁 적임자’를 자처하는 조 후보자의 위상 때문에 검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주저하는 분위기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에 대해 지금 평가를 하기에는 검찰이 하는 일이니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여당 당직자로서 검찰의 수사착수를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여권과 사전조율 없이 시작된 검찰 수사에 은연중 당황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같은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이라지만 검찰이 이렇게 빨리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조 후보자가 어제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검찰개혁을 벼르고 있는 것에 대한 검찰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야당 일각에선 조 후보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적폐청산을 주도하는 ‘석국열차’로 불리는 점을 의식해 윤 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 수사가 조 후보자 구명차원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이 기피하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는 점 때문에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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