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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의 문화 담론] 디지털 문화의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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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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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저무는 소리에 스마트폰으로 날아 온 ‘서중문안’


자연에 의지하며 한여름 이겨낸 시절
평상에 목침 베고 누워 합죽선 부치기
여름밤 배우자 대신 안고 자는 죽부인
더위 나는 친지에게 보내는 안부편지
5일장 인편, 우편 이용 주고받는 풍습

에어컨·피서…여름나기 세상도 변화
간편 터치로 안부, 디지털 문화 풍속도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십니까?”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에 스마트폰 앱으로 날아 온 서중문안(暑中問安)은 마치 ‘폭염 경고’같은 문자메시지다. 디지털 문화가 몸에 밴 요즘 여름 한 철을 보내면서 내남없이 가까운 친지들에게 e메일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복고풍으로 되돌아 온 현대판 서중문안이다.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풍속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서중문안의 진정한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 봄이 어떨까.

‘暑中問安’이라는 사자성어가 밀레니얼세대는 물론 3040세대에도 생소하게 들리지만 은퇴세대, 노후세대 어르신들에겐 아련한 향수가 되살아나는 말이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 오로지 자연에만 의지하며 한여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하여 서중문안은 대중교통도 변변치 않아 피서여행은 아예 꿈도 꾸지 못 했던 그 시절에 나름 여러 형태의 지혜로 자연을 벗삼아 건강을 챙기며 가까운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시골에서는 1970년대만 해도 여자들은 모시 적삼에 태극선(太極扇·둥근 부채)을 부치며 규방(閨房)을 지키는 예법과 제도가 준엄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삼베 잠방이(짧은 바지)에 홑저고리 차림으로 그늘진 평상에 목침을 베고 누워 합죽선(合竹扇·폈다 접었다하는 손부채)을 부치며 오수를 즐겼다고 한다. 그것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시중에 모시와 삼베가 귀한 옷감이고 값도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모시는 역시 한산 모시가 으뜸이었지만 삼베라면 안동에서 생산되는 안동포(安東布)가 유명해 금값으로 회자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마누라 없이 살아도 죽부인 없이는 못 산다”는 말처럼 ‘죽부인(竹夫人)’을 껴안고 자야 잠이 잘 온다고 했다. 죽부인이란 대나무를 쪼개어 매끈하게 다듬고 얼기설기 엮어 만든 침구의 일종. 요즘에도 더러 보이지만 사람 키만큼 길어 안고 자기에 알맞은 원통형 죽제품을 말한다.

속이 텅 비어 공기가 잘 통하고 대나무 표면에서 차가운 감촉을 느낄 수 있어 흔히 열대야에 시달리는 밤에 홑이불 속에 넣고 자면 한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그 무렵 간지(簡紙)나 괘지(罫紙)에 붓글로 납량시(納凉詩) 한 수 곁들여 안부 편지를 주고 받은 양반가의 생활문화가 정착된 것이 서중문안의 간찰(簡札) 풍습이었다고 한다.

친지끼리 교통도 불편하고 서로 내왕하기 힘들어 주로 5일장에 나가는 인편을 통하거나 우편을 이용했다고 한다. 절기(節氣)에 따라 가문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예절이자 미풍양속이었다. 요즘 노경에 든 어르신들은 “문명의 이기(利器)라곤 별로 없었지만 순전히 자연에 의지하며 더위를 이겨낸 그때가 좋았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최첨단 디지털 문화권으로 발전한 지금은 아무리 구차한 삶이라도 집집마다 에어컨·냉장고·선풍기는 갖춰 놓고 산다. 사방이 가로막힌 아파트에서도 에어컨을 켜면 더운 줄 모른다. 그러고도 한여름 휴가철엔 자연을 찾아 피서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피서 인파가 미어터진다고 한다.

하여 장마와 삼복과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미적거리다가 여름 끝자락에 늦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났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서민경제가 더욱 팍팍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가까운 내 고장은 어디라도 좋다”며 무작정 경북지역으로 차를 몰았다. 설마한들 절기도 잊고 주야장천 열섬에 갇혀 있는 대구만 못 할까.

탁 트인 바다부터 보고 싶어 포항을 거쳐 동해안 도로를 탔다. 경북 동해안은 곳곳이 해수욕장이지만 곧장 북상하는 길에 한없이 펼쳐진 해안을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고래불해수욕장에 당도했을 땐 막바지 더위를 씻어내는 원색의 물결이 넘쳐났다. 가까운 망양정해수욕장에도 들러 연 이틀을 묵고 자연의 품속을 찾아 금강송(金剛松) 군락지 숲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독야청청 풍상풍우(獨也靑靑 風霜風雨)를 견뎌온 천년송(千年松)의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엔 새삼 인간에게 베푸는 자연의 섭리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금강송 숲길 탐방을 마치고 인근 덕구온천 노천탕에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 땐 천혜의 바다와 숲과 고택이 어우러진 우리 고장을 떠올리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자괴감에 젖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늘푸른 고장 청송에 들러 조선조 후기 만석지기 부농이던 99칸 송소고택에서 부자되는 꿈을 꾸며 하룻밤을 묵었다. 송소 심호택 선생은 경주 최부자와 쌍벽을 이루는 부농으로,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서고 빈민구제에 발벗고 나서는 등 생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이튿날엔 물안개 피어오르는 주왕산자락 사계절 변화무쌍한 주산지의 절경을 둘러보고 노귀재를 넘어 영천으로 건너와 보현산 천문과학관에 들렀다. 별이 쏟아지는 천체 망원경에 눈심지를 돋우며 하늘의 별을 따는 즐거움 속에 시간가는 줄 몰랐으나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웅장한 팔공산 영마루에 휘영청 밝은 달이 걸려 있었다.

대구가 지척. 봉황이 춤을 춘다는 봉무공원에서 영남일보 주최 ‘팔공산 달빛걷기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오니 아쉽게도 여름 휴가가 후딱 지나가 버렸다.

무엇보다 신나게 놀면서 오감(五感)을 체험하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푼 것이 큰 수확이었다. 여름 절기도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立秋)와 처서(處暑)도 지나 첫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코앞이다. 절기는 못 속이는 법. 조석(朝夕)으로 시원한 바람결에 여름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제 곧 추석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마트폰 앱에는 서중문안이 계속 날아오고 있다. “올 여름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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