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보수야권 ‘삭발 릴레이’ 앞장선 무소속 이언주 의원

  • 민경석,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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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08:08  |  수정 2023-11-29 15:04  |  발행일 2019-09-21 제22면
“한국당 입당보다 보수 혁신이 우선…TK는 한국 역사 발전의 주체”
20190921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이 지난 17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을 둘러싼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을 필두로 조 장관의 임명을 규탄하는 ‘삭발 릴레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진영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상식의 문제”라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현재는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 의원은 최근 한국당 입당설과 함께 ‘보수의 여전사’로 불리며 보수진영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이 의원을 만나 ‘삭발 투쟁’의 의미와 보수 통합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 10일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삭발식을 한 뒤 ‘삭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삭발의 의미는.

“몇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가장 주된 의미는 국민적 분노를 대변한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조 장관 임명에 앞서 국민의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현 정부는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임명을 강행했다. 아주 기가 막힌 상황이다. 조국 사태는 진영 문제를 넘어 보편적 양심과 상식의 문제라고 본다. 민심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국민들은 좌절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구나’라는 절망감에 빠진 것이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기치로 자신들을 선전해 왔는데, 국민들은 배신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지금껏 역사가 발전해왔다고 느꼈는데, 정치는 오히려 40~50년 후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일종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삭발 당시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오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문재인정권과 결전에 나서는 장수의 마음으로 의식을 치렀다.”


조국 임명 사태, 민주화 세력의 배신
삭발 투쟁은 ‘국민 분노’ 대변한 것

보수통합 추진 분명한 원칙 있어야
보여주기식 조합은 또 실망만 안겨

朴 탄핵으로 레드카드 받은 한국당
해체 수준의 처절한 반성 뒤따라야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 의원이 보수 통합의 연결고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수 통합에 대한 견해는.

“통합을 얘기할 때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유승민 등 유력 정치인 몇명이 합치는 걸로 통합을 말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 정도로는 보수·중도층 국민을 통합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결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왜 국민이 결집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표되는 ‘보수에 대한 실망’이다. 이는 당(자유한국당)이 탄핵된 거라 본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그대로다.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의 대표로서 탄핵의 대상이 됐다. 국민이 한국당 세력 전체에 대해 ‘비토’와 ‘레드카드’를 던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이 폭발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한국당이 문 정부를 심판하는 주체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40%에 가까운 국민들이 ‘무당층’에 포함돼 있지 않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어도 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오르지 않고 무당층으로 가는 것이 바로 민심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정치 기득권 자체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이다.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탄핵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한국당이 처절한 반성과 성찰, 혁신을 해야 한다. 해체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보수세력으로 태어나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연합하는 모습은 있어야 하지만 그 모습은 혁신 끝에 나와야 한다. 기계적이고 보여주기 식 적당한 조합에는 국민들이 다시 분노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과 자유세력 혁신운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 탈당 이후 줄곧 자유한국당 입당설이 돌고 있다. 실제 입당 제의를 받은 바 있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입당)제의는 있었다. 다만 저는 큰 그림을 그리고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려는 세력,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당은 이 상태로는 안 된다. 친박-비박 문제와는 별개로 국민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자기중심적 정치를 하고, 내부분열이 일어나는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과 함께 하기가 난감하다. 그래서 우선은 나라를 걱정하는 젊은이들과 혁신세력을 구축하려고 한다.”

▶부산 영도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이 있는가. 이 때문에 한국당 특정 계파에서 입당을 반대한다는 설도 있는데.

“그런 설을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구 출마를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다만 그문제는 보수 정치권이 승리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해결되리라 본다. 혁신이 우선이다. 부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제 스스로를 PK의 차세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또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 어쨌든 저를 부담스러워 하는 세력들이 제 입당을 꺼려하지 않겠는가. 다만 한국당 의원들이 조금 더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과감하게 내려놓을 사람은 내려놓고, 싸울 사람은 앞장서서 싸웠으면 좋겠다. 젊은 분들도 일어서 줬으면 한다. 또 보수가 살아남으려면 국민들에게 ‘저 사람들이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보다 훨씬 나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보수세력 자체가 권위주의적 모습을 탈피하고 철저한 도덕성과 자기혁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것을 비판하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있을 때라 진영논리에 빠져있었다. 그냥 한국당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기에 휩쓸린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만약 그런 의혹들이 ‘가짜뉴스’라면 반드시 밝혀야 한다.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분노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시 새누리당이 잘했다고 평가할 순 없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새로운 시대를 위한 보수 혁신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선 많은 관심과 애정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보수의 성지’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고, 가까운 지인들도 많아 대구경북 지역을 자주 찾는다. 제 본적도 성주 벽진이다. TK 중심의 보수세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그 업적이 폄훼되는 게 안타깝다. 나름의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 TK는 한국의 역사를 발전시켜온 주체다. 이 지역이 대한민국이 다시 발전하는 데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지역민들이 힘을 합쳐주시길 바란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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