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아이들에게 책을 만들어 선물하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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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07:41  |  수정 2020-09-09 14:25  |  발행일 2019-10-07 제15면
[행복한 교육] 아이들에게 책을 만들어 선물하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요며칠 아이들의 글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 온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어서 여러 벗들에게 미안하다. 심지어는 옆 교실 동료들 얼굴을 겨우 볼 때도 있다. 지난 며칠은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아이들과 마주보면서 아이들이 쓴 글을 붙들고 씨름을 했다. 다음 주까지 아이들 시 퇴고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다양한 체험을 하고 나면 시를 쓰게 했다. 무엇보다 봄부터 가을이 온 지금까지 학교 숲의 나무와 풀을 관찰했다. 내 동무 나무도 정했다. 아이들은 학교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어느 정도 안다. 그리고 학교 텃밭과 상자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씨앗을 싹틔우고, 돌보고 수확도 했다.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안심습지, 달성습지, 우포늪, 고령회천, 도시농업박람회,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서 체험을 했다. 맨발로 운동장을 걷기도 하고, 비가 쏟아지던 날 어깨동무를 하고 빗속을 걸었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시를 쓰고 일기를 썼다.

이제 그동안 쓴 시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시를 10편씩 골라 오면 나는 아이들 시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면서 시를 더 생생하게 고치고 다듬는다. 다시 책에 넣을 시를 다섯 편을 정하면 책을 편집한다. 사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한 명씩 아이들을 옆에 세워 두고 시를 같이 보면서 퇴고를 하는데 길게는 한 시간씩 걸린다. 35명이니 35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시를 가르치고 쓰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몇 배가 더 드는 셈이다. 서너 시간이 지나면서 대여섯 명 정도 하고 나면 열이 머리까지 올라온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내가 힘이 들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의 시 쓰기도 물꼬가 트인다. 개별 지도를 해 보면 아이들이 시를 쓸 때 얼마나 막막해하는지 안다.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꼬치꼬치 물어서 아이들이 자기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꾸 설명을 하려고 한다. 나는 그 때 그 순간에서 어떻게 행동했고 어떻게 말했는지 재현을 해 보게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연기를 한다. 나는 그 말과 행동을 글로 써 보여주고 다시 읽어 보게 한다. 모양이나 행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배우게 된다. 다음은 그 때 그 순간 내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말하는 건 정말 어렵다. 사실 꼭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구체적인 말과 행동에서 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어 가는 태도를 배울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 그동안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도 책으로 나오면 평생 열한살 때를 기억할 것이다. 교사인 나도 이렇게 아이들 시를 가르치면서 시쓰기를 배운다. 보너스로 시를 더 잘 가르치는 능력도 길러진다.

책의 이름은 지구를 지키는 아이들로 정했다. 자연을 체험하면서 지금 지구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스웨덴 16세 그레타 툰베리를 알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미래가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다. 스스로 툰베리가 되어 지구의 대멸종을 막기 위해 실천하기 위한 다짐으로 책 제목을 정했다.

내일까지 마무리하면 책을 편집하고, 일단 문집으로 인쇄를 한다. 정식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책을 출판하도록 지원을 받게 된다면 다시 문집을 인쇄한 이후에 쓴 시를 더해서 편집해야 한다. 나나 아이들은 자기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는 날을 기다리며 고생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에겐 평생 자신의 글로 만든 책 한 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이 되고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은 삶을 기록한 책을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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