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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성인용품점 우후죽순…“청소년 출입할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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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우태기자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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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없어 신분증제시 안해도 돼

자극적 외관에 24시간 영업점도

보호구역서 200m만 넘으면 합법

법적근거 없어 민원와도 제재못해

지난 9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의 성인용품점. 신분증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출입이 가능하다.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주황색으로 외관을 장식한 한 점포. ‘24 무인 성생활 편의점’이라는 안내문구가 적힌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무인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직원은 한 사람도 없었고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도 없었다. 점포 안 투명한 판매대에는 각종 피임기구, 성 보조기구, 속옷이 진열돼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신체 일부를 본뜬 ‘리얼돌’ 제품도 눈에 들어왔다.

각 제품에는 선정적인 포스터와 함께 사용 방법이 상세히 적혀있고, 매장 중간에는 제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코너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같은 날 찾은 남구 봉덕동의 한 성인용품점. LED 간판을 이용해 24시간 영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고, 500m 반경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현행법 상 직선거리 200m 이내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해 유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거리만 넘으면 불법은 아니다.

성인용품점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동성로를 중심으로 최근 도심 곳곳에 비슷한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미성년자 출입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동성로 일부 점포는 신분증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무인으로 운영되는 성인용품점의 경우 출입이 더 자유롭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의 업주와 종사자는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해 청소년이 그 업소에 출입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무인 성인용품점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성인용품점 현황 파악은 물론 단속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성인용품업은 ‘자유업’에 해당돼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특별한 제약 없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목적으로 같은 업종의 가게를 검색하고 직접 찾아가 보니, 지도상 나타나지 않거나 상호명이 다른 곳이 다수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씨(여·42)는 “아이와 같이 지나갈 때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번화가에는 개방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은데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여 민망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출입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에 가도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단속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 유흥·단란주점, 성인오락실 등 비자유업종과 달리 자유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기에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상황은 변하는 데 비해 어른들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아이들이 성인용품점에서 ‘상품화된 성’을 접하고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일까 우려된다. 현실을 고려해 법을 개정하는 한편, 올바른 인식을 확립할 수 있게 성교육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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