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정수장까지 녹빛…“이대로 가면 식수대란”

  • 우원태,백경열 인턴,정재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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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09 08:01  |  수정 2012-08-09 08:01  |  발행일 2012-08-09 제3면
[르포] 녹조 덮친 구미 낙동강 가보니
독성물질 측정 장비도 없어…50여만명 불안감 증폭
환경단체 “정부 가뭄 탓만 국민 안심할 대책 내놔라”
취수·정수장까지 녹빛…“이대로 가면 식수대란”
8일 오후 구미광역취수장의 낙동강 원수가 녹조현상으로 인해 청록빛으로 변해 있다.

8일 오후 1시쯤 구미시 고아읍 구미광역취수장 일대 낙동강변. 강물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청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낙동강 중상류 지역인 구미지역에서도 녹조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북지역본부 구미권관리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현재 구미와 김천, 칠곡군 등 일대 주민 50여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전초기지다. 수자원공사 한 관계자는 “최근 폭염 때문인지 녹조현상이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지난 주보다 강물빛이 더욱 짙어졌다”며 걱정했다.

구미광역취수장과 인접한 구미정수장 일대 낙동강에도 녹조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자칫 식수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구미정수장은 남조류 독성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은 분기에 한 번씩 대전에 있는 수돗물분석연구센터에 관련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연구센터에서는 독성물질 등 250여가지의 성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에 따르면 지난 6일 낙동강에서 취수한 원수에 대해 성분검사를 벌였지만 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등 대표적인 남조류 독성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구미권관리단 수도운영팀은 “그동안 수질검사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된 적은 없다. 지난 2일 ‘지오스민(Geosmin)’ 성분이 5ppt(1ppt는 물 1ℓ당 10억분의 1g) 정도 검출된 적 있다”며 “이는 먹는 물에 대한 환경부 권고기준인 20ppt에 못 미치는 수치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오스민은 남조류 중 ‘아나베나’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로, 정수처리 후에도 완전 박멸되지 않고 악취를 발생시키는 물질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실시된 수질검사에서는 지오스민이 10ppt로 나타났다. 계속된 폭염과 가뭄 때문에 나흘새 5ppt나 증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5일 검사에선 지오스민이 한때 21ppt나 검출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환경부 권고 기준 20ppt을 넘어섰던 것. 매월 실시된 수질검사에서 관련 수치는 1~3ppt를 맴돌다가 지난 7월 갑자기 급상승한 것이다.

이는 장마철 이전에 이어졌던 긴 가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형 보 조성에 따른 강물의 정체현상과 적은 강수량 때문에 녹조현상이 심화됐던 것. 수자원공사 주장을 근거로 추정해보면 장마철을 거치면서 다시 지오스민 수치가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말부터 폭염이 계속됨에 따라 녹조현상이 다시 확산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성물질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지난 6일에도 칠곡군 석적읍 일대 낙동강 물에 대한 수질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된 바 있다”며 “낙동강 중상류인 구미정수장에서도 남조류가 발견된만큼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가뭄 탓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구미정수장에 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분말 활성탄 투입을 강화하고 있으며, 본사에서 실시하는 구미정수장 일대 낙동강물에 대한 정기검사(분기 1회) 빈도를 한시적으로 주 1회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8일 낙동강 중상류 일대까지 확산된 녹조 현상과 관련, 정부와 수자원공사에 달성보와 강정고령보를 비롯한 4대강 보 수문을 즉각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남조류가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지난 7일 대구시민 170여만명의 식수원인 문산·매곡정수장 인근 강정고령보서도 남조류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에서 시료를 채취해 경북대 김한순 교수팀에 의뢰 분석해 조사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금과 같은 녹조 확산의 원인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해 강물의 흐름이 막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 즉시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고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식수대란 사태를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우원태기자 restart@yeongnam.com

백경열 인턴기자 bky@yeongnam.com

정재훈 인턴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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