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다 빼앗긴 대마도, 반환받을 수 있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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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31   |  발행일 2013-05-31 제38면   |  수정 2013-05-31
임란 이후 400년간 日 지배
100년 이상 실효적 지배땐
국제법상 돌려받기 어려워
방치하다 빼앗긴 대마도, 반환받을 수 있나
대마도 와타즈미 신사 소원게시판에 누군가가 ‘대마도는 한국 땅’이라고 쓴 나무패를 걸어두었다.


‘대마도는 한국 땅.’

대마도에서 이런 글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신사에도, 술집과 화장실 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2006년 차종환 교수, 신법타 스님이 공저로 낸 책의 제목도 이와 같다. 저자는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제시하는 증거보다 대마도가 한국 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훨씬 풍부하다고 주장한다.

세종 1년 대마도를 정벌하기에 앞서 상왕 태종은 교유문에서 “대마도는 섬으로 본래 우리의 땅이다. 다만 궁벽하게 막혀 있고, 또 좁고 누추하므로 왜가 거류하게 두었더니 개같이 도적질하고 쥐같이 훔치는 버릇을 가지고 경인년부터 뛰놀기 시작했다”고 기록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해 논평하는 것과 비슷한 거친 어투다.

1530년 조선 중종 때 만든 ‘팔도총도’와 명종 때 제작된 ‘조선방역지도’ 등 여러 고지도에는 대마도를 조선영토로 표기했다. 1756년 일본 지리학자가 제작한 대마여지도에도 ‘대마도가 한국 땅’이라고 적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은 ‘대마속국론’을 주장했으며 정약용은 이를 구체화시켰다. 광복 후 미군정하에서 입법의원에 선출된 허영관 의원 등 62명은 “대마도는 조선 땅이기 때문에 환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해 대마도 반환을 요구했다.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 입구 바윗돌엔 ‘세종실록’제1권에 실렸던 ‘대마도본시아국지지(對馬島本是我國之地)’란 글씨가 또렷이 새겨져있다.

최장근 대구대 일본어 일본학과 교수는 “고려나 조선은 역사적으로 섬보다 북방고토 회복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그래서 대마도를 등한시했던 게 사실이다. 세종 때 대마도를 정벌했지 정복한 건 아니다. 대마도는 임진왜란 이후 400여년 이상 일본이 지배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100년 이상 영토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돌려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하면 일본이 독도에 대해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다. 시민이나 민간단체, 언론에서 ‘대마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다케시마의 날’과 ‘대마도의 날’도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정한 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일본이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겨 감정이 나빠질수록 대마도는 한국 땅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는 사실을 일본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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