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출판기념회 계절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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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06   |  발행일 2013-11-06 제3면   |  수정 2013-11-06
인지도 높이고 합법적 정치자금 거두고…

대구지역 기초 단체장과 광역의원이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예년 지방선거와 달리 내년에는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이 없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어서 현역 단체장의 경우 인지도와 정치자금 확보라는 두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탓에 예년과 달리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5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내년 3월6일)에는 단체장도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고, 사회 통념상 의례적인 범위의 인사에게 행사 초청장도 보낼 수 있다.

또 출판기념회는 정치활동으로 보지 않아 책 판매 수익금은 정치자금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다 현역 단체장이 근무시간에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참석하는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

5일 대구지역 기초단체 관계자와 정치권에 따르면 8개 구·군 단체장 가운데 출판 기념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장은 최소 3명 이상이다. 재선 1명, 초선 2명이다. 재선 구청장인 A씨는 현재 각 부서 직원에게 공약 이행 상황과 재임 동안 자신이 이뤄낸 구정 성과 등을 수집하고 있다.

초선인 B구청장은 이미 원고를 모두 마감한 상태다. 현재 제목 몇 가지를 두고 고심 중이며, 마지막으로 목차를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구청장은 “공무원 시절 주로 경제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대구 경제이야기와 지도력에 관한 내용이 많다. 정치인의 에세이가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과 전망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C구청장도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자신이 일하는 지역의 예식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인 C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직책을 이용해 출판회를 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청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의원 중에서도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인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대구시의원(재선)은 의정활동기간 대구시에 공개적으로 지적 못했던 내용을 담은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가질 계획이다.

기초단체의 한 고위공무원도 출판기념회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권과 사업 허가권을 가진 단체장이 임기 중에 출판기념회를 열면 을(乙)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과 지역 업체, 기관·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준조세’ 개념으로 ‘책값’을 내야 한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이 출간하는 책값은 보통 1만원 안팎이지만 통상 개인은 5만~10만원, 기업이나 단체는 50만~10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은 “단체장이 출판기념회를 여는데 어떤 간 큰 공무원과 업체에서 참석하지 않겠느냐. 다들 얼마를 낼 지 걱정하지 책값은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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