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지루해” 아이의 말 흘려들었는데…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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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0 07:43  |  수정 2014-03-10 09:06  |  발행일 2014-03-10 제15면
아동·청소년 우울증도 가볍게 생각하면 큰일 난다

대구지역 학생 자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만 벌써 5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교생 3명에 초등학생도 2명이나 포함됐다. 지난 2009∼2012년 지역에서 자살한 학생수는 매년 8~9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5명의 학생이 목숨을 버렸다.

원인으로는 가정불화 10명, 우울증 6명, 성적문제 5명, 경제적 원인 3명, 따돌림 및 폭력 2명, 기타(신체질병, 이성문제 등) 14명 등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학생 자살 사건은 최근 들어 금~일요일에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학교가 아닌 개인 또는 가정의 문제가 원인 이 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가정에서의 지도, 학부모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심군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관심군 이외의 학생 또한 지도 및 관리의 손길이 절실하다.


20140310

증상 가진 10대 36%가 자살 기도

학교 성적·운동능력 저하

잦은 분노·집중력장애·불안 등 증상

세심한 관심으로 보살피고 상당받아야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

‘우리 자녀는 한 번이라도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까?’

자살생각률.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청소년의 경우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생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자살을 떠올린 청소년 비율은 18.9%를 기록한 뒤, 매년 증가세를 보여 2012년에는 23.4%의 비율을 보였다. 자살로 인한 청소년 사망률 역시 △2000년 13.6% △2002년 16.6% △2004년 20.4% △2006년 20.8% △2008년 26.8% △2010년 28.2%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 자살 문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대구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는 “최초로 자살을 생각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물음에 초등학교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19%, 중학교는 29%, 고등학교는 7% 등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있다. 청소년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요인으로는 1위 가정불화, 2위 자존감 저하, 3위 생활 속 스트레스, 4위 성적, 5위 이성문제, 6위 부모님과 불화, 7위 동성친구 교우관계 등으로 집계됐다. 자살은 질병이 아닌 일종의 행위다. 인지·정서적,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결과물이다.

◆자살과 우울증

#1. 초등학교 4학년생 A군(10)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밝은 학생이었다. 지난해 3학년이 된 후 전학을 가게되면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산만한 학습태도로 이어졌다. 이에 교사는 자주 벌을 주며 나무랐고 성적은 급격히 떨어졌다. 급기야 학교에 가기 싫다고 부모에게 말하게 됐다.

4학년이 된 A군은 매일 아침이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복통, 두통을 호소한다. 학교에 가서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자주 짜증을 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면담 및 심리검사에서 A군은 심한 우울감과 함께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라고 표현했다. 친구들은 자신을 괴롭히고 싫어하는 존재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2. B양(13)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주 짜증을 내고 학교 가기 전에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호소하곤 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했다. 불만투성이에다 신경질적이며, 공부에도 흥미가 없고,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항상 “귀찮고 지루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또래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도 짜증내고 토라지며, 쉽게 울었다. 점차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렇게 위축돼 갔다.

소아 및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다. 이 중 70%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행에 옮긴다. 실제로 초등학생 2%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학계에서는 9~13%의 청소년이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울증을 가진 10대의 36%가 자살을 기도한다.

우울증은 학업 부진을 비롯해 대인관계 갈등, 학교 부적응, 비행 행동, 술·담배 등의 약물 중독, 인터넷·게임 중독 등을 불러온다. 특히 초등학생은 성인의 우울증 증세와 유사한 면이 많다. 학교 성적, 운동 능력 등의 저하가 두드러지고 자주 분노를 표출하고 싸움을 하는 등 반항적인 행동을 보인다. 집중력에 장애가 있으며, 불안 증상을 나타내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중·고교생에게 우울증은 낮은 자존감이 표출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분의 변덕이 심하고 분노가 잦기도 하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며, 또래 관계가 위축된다. 과도한 식탐을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의 절반가량은 비행, 약물 중독의 일탈 행동을 보인다.

우울증세는 주변 환경과의 마찰을 가져온다. 집중력 장애와 학업 부진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성적이 떨어질 경우가 많다.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으며, 교사나 부모 등 권위적인 대상과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사안들에 대해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모습을 보인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도움말=최명철 HB 브레인 연구소 부소장 / 배진우 마인드앤헬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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