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성격이 불친절로 오해되기 쉬워…반드시 고쳐야”

  • 정재훈,황인무,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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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3 07:21  |  수정 2014-09-13 08:17  |  발행일 2014-09-13 제2면
[y스페셜] 대구 혁신도시로 온 사람들
■ 공공기관 직원이 털어놓는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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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바라본 대구혁신도시 전경. 총 11개 공공기관이 입주하게 될 대구혁신도시는 대구의 새로운 신도시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이주 기관 직원들은 인프라 부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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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혁신도시 이주기관 직원들이 11일 한국산업단지공단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대구생활에서 느끼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대구가 불친절하고 혁신도시의 교통 및 생활여건이 나쁘지만 물가가 싼 장점이 있으며, 정주여건도 차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갑자기 낯선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잡아야 한다면 어떨까. 직장동료 외에는 친구나 친척도 없는 지역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지역민들에는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혁신도시 이주기관 직원들에게는 당장 닥친 현실이다.

영남일보는 11일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단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감정원, 병무청 중앙신체검사소 직원 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소한 고충부터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대구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지자체와 LH 등 유관기관의 지원이 잇따른다면 타 혁시도시에 비해 이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좌담회 참석자들의 이름은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 대구사람들은 원래 무뚝뚝한가요

이들에게 먼저 대구에 와서 받은 느낌을 묻자 대부분 지역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을 꼽은 것이다. 대부분 서울에서 생활하던 이들에게 경상도 말투와 낮은 서비스 수준은 ‘무뚝뚝’을 넘어 불친절로 다가왔다고 한다.

한국감정원의 김은정씨는 “이사 직후 전국 어디에나 있는 대형마트에 갔는데 계산원이 정말 불친절했고, 식당에서는 반찬을 더 달라고 한 것뿐인데 눈치 보면서 식사를 해야 했다”며 “이제는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도 적응해 어느 정도 감내를 하지만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반찬 더 달라고 했을뿐인데 식당서 눈치보고 식사
전국서 오는 신체검사소, 교통 불편 호소 민원 많아


수도권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부족한 인프라를 체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혁신도시가 대구 시내가 아닌 외곽에 위치해 있어 생활 만족도는 주거 위치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이준수씨는 “서울에선 집 근처에 극장·백화점 등이 많아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구혁신도시는 외곽이고 아직 개발 중이라 굉장히 혜택을 못받고 있다는 상실감이 크다”며 “지금도 혁신도시 내 LH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슈퍼도 너무 멀고 아무것도 없어 생활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제공하는 숙소인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한 오피스텔에 1인1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박혜연씨는 “생각보다 쾌적하고 대구시내와도 가까워 불편한 점은 크게 없다”며 “처음에는 퇴근 후에도 상사들이나 직장동료를 봐야해 프라이버시가 없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독방을 사용하다 보니 특별한 문제점은 없다. 간혹 타 부서에서는 상사가 퇴근 후 술자리를 위해 불러낸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우려했던 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 가장 불편한 것은 교통

이주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교통이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병무청 중앙신체검사소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민원인들이 찾아오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교통편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신체검사소의 김정원씨는 “우리 기관은 거동불편자 등 고도의 대응력을 요하는 민원인이 많은데 그들을 위한 교통편이 안 좋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하철과 연계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배차간격과 시간 등의 문제로 인해 민원들의 항의가 많다”며 “함께 입주한 대구경북병무청과 동시에 징병검사를 진행할 경우 약 250명의 검사대상자와 보호자, 기타 민원인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400명이 방문하는데 교통시설에 대해서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에게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털어놨다.

다른 기관 직원들도 자동차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이주를 하면서 차량을 구매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출장이나 시내를 나가기 위해서는 안심역이나 각산역 등 지하철과 연계된 마을버스·순환버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민원인뿐 아니라 전체 직원들의 정주 만족도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혁신도시 내 버스는 849·849-1 두 개다. 이 버스의 간격은 20~30분 정도여서 대부분 직원들이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외부 손님의 경우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초대가 거의 불가능한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율하교 인근 네거리에 대한 교통정체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이외에도 대구혁신도시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 많아 출장이 잦은데 동대구역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뿐더러 평일에도 서울·오송 KTX 예매도 쉽지 않아 고충을 겪고 있었다. 한 직원은 금요일이나 월요일 피크시간대 KTX 자리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대구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그만큼 직원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장점도 많아… 앞으로 더 좋아질 것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대구의 장점은 물가가 싸다는 것이었다. 외식과 서비스업 분야뿐 아니라 휘발유 값도 전국에서 가장 저렴해 좋다고 했다. 다만 혁신도시 내 식당들의 물가는 높은 임차료 때문에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아침에 등산을 하고 출근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감정원의 김재호씨는 “매일 아침 초례봉을 등산하거나 숙소 근처에서 운동한 뒤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 분명 서울에서 생활할 때에 비해 생활여건이 좋아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싼 휘발유값 대만족, 교육여건에도 흡족
결혼 적령기 직원 위해 만남 주선 행사 요구


수성구를 중심으로한 교육여건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한몫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출퇴근 하던 직원의 경우 수성구로 이사하는 것이 자녀 교육에 있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또한 정주여건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대부분 공유하고 있었다. 이주 2주년을 앞둔 중앙신체검사소의 강진호씨는 “2012년 12월의 혁신도시는 진짜 허허벌판이었다.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 저녁에 퇴근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불편함에 대처하는 요령도 생기고 환경 개선도 많이 이뤄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도시의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주상복합 건물이 기존 원룸촌과 같이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도시계획 수립 시 대구 혁신도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수립했다면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거나 외부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간담회에서는 퇴근 후 별다르게 할일이 없는 직원들을 위해 이전기관 간 연합 동아리나 모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결혼적령기의 젊은 직원들을 위한 만남 주선 행사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책을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만간 배차간격이 짧은 순환버스 도입 등 혁신도시 이주민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한 개선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대구혁신도시(팔공이노밸리)

혁신도시(innocity)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지방 성장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를 뜻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와 김천을 비롯한 전국 10개 시·도에 건설되는 혁신도시는 이전된 공공기관과 각 지역의 대학·연구소·산업체·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혁신도시는 각 지역의 시·도별 지역산업과 연계된 도시별 테마를 설정하여 지역 특색에 맞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팔공이노밸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대구혁신도시는 국토 동남권의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교육과 학술산업 중심 도시를 목표로 2005년 12월 동구 신서동으로 입지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건설사업시행자로 지정한 후 기본 구상도 수립했다. 신서동 일대에 총 421만6천㎡ 규모로 총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인구 2만3천여명의 교육, 문화, 주거 등 정주환경과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건설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앙119 구조대는 소음과 안전 문제 등으로 대구국가산업단지로 이전을 결정했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선정으로 개발계획이 일부 변경되기도 했다. 그 결과 동구 신서동 일대에는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며 총 4개 지구(의료 R&D 지구·도시형 업무복합지구·혁신첨단의료복합지구·친환경주거지구)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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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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