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자연과 놀며 행복하게”

  • 이춘호
  • |
  • 입력 2016-06-03   |  발행일 2016-06-03 제34면   |  수정 2016-06-03
130여명 기부로 동학 발상지서 개원
방정환 계승 전국 첫 동학 어린이집
기존과 다른 프로그램…서울서도 와
◆ 경주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자연과 놀며 행복하게”
신효철 추진위원이 동학사상을 공부하며 탐독했던 책들.






일제강점기, 상당수 군자금은 동학에서 나왔다. 그래서 동학하는 사람은 다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동학은 더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보수적인 동학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난 천도교의 믿음보다 동학의 실천적인 측면이 좋았다. 동학은 믿는다가 아니고 ‘한다’고 한다. ‘실천한다’는 말이다. 2010년 나라의 아픔과 함께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데 멸사봉공하는 동학의 실천모임 성격인 ‘한울연대’ 창립총회에 추진위원으로 가담한다. 4대강 공사반대, 송전탑반대, 원전반대, 세월호 진실규명 집회 등에 참석했다. 시위현장이 내 직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일해서 번 돈의 일부도 그런 곳에 사용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또 한 사람의 훌륭한 민족운동가를 알게 된다. 바로 소파 방정환(1899~1931)이다. 의암 손병희의 사위였던 그는 일제강점기 드문 르네상스맨이었다. 10개의 잡지를 발행한 혁명가였으며 33세에 삶을 마감하기까지 어린이의 미래를 가장 걱정한 분이었다. 1천회 이상 동화구연 순회강연, 안차남 비행사의 비행쇼, 세계아동예술전람회 등 대형 이벤트 기획도 주도했다. 그는 국내 첫 어린이 운동가다. 그 정신은 모두 동학에서 나왔다. 지금 어린이날은 5월5일이지만 1923년 처음 어린이날은 5월1일이었다. 어린이날이 왜 노동자의 날과 같은 날일까. 어린이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억압받는 민중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는 어린이들도 오전에는 노동자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오후에 어린이날 행사를 했다.

방정환의 교육철학을 담은 생태어린이 교육운동을 벌이고 싶어 130여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경주에 ‘방정환 한울어린이집’(원장 정진숙)이 개원되었다. 전국 첫 동학을 기반으로 한 어린이집이다. 나도 그 공간의 집행위원이고 조금 기부도 하고 있다.

한울연대는 전국에 동학 어린이집을 더 확대하기 위해 방정환 한울학교란 사단법인을 추진하고 있는데 나도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의 오염이 국토오염보다 더 무섭다. 아이들의 맘은 지금 살림이 아니고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이기는 아이로, 성공만 하려는 아이로 만든다. 공존하고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맘을 만들어야 된다.

한울어린이집은 아이를 옥죄는 기성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자연과 잘 놀게 한다. 중요한 활동은 함께절, 맑은물, 나무미, 마음소리 등 네 가지로 구성된 ‘새날열기’다. 또한 1등 자식만 바라는 부모의 맘을 부모참여활동을 통해 순화시켜주고 있다. 기존 어린이집과 확연히 다르다. 처음에는 몇 달간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젠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 경주로 이사를 오는 이도 있다.

내 삶의 에너지는 상당 부분 어린이 운동에 기여할 것 같다. 어른보다 어린이의 맘을 천심으로 만드는 게 차세대 힐링혁명의 출발점일 것 같아서다.

아버지, 이제 당신의 맘을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겠죠. 사람이 하늘이 아니고 하나의 ‘물건’으로 방치된 이 현실. 내가 동학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네요.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