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년 김관용 경북도지사 “7년 준비한 도청이전 최대 성과…‘수도권의 벽’못깨 아쉬워”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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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5 07:27  |  수정 2016-07-05 07:28  |  발행일 2016-07-05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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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가 4일 영남일보와 가진 취임 1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밝히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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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경북호(號)를 이끌 동안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 중앙집권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 국정을 주무르는 사이 지방 곳곳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경북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그나마 예봉을 비켜 가고 있는 모양새다. 김 도지사의 리더십이 확고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걸 방증해 준다.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 유지해
재임기간 대통령 18회 경북 방문
분권·재정·균형 함께 풀어가야
무늬만 지방자치 탈피할 수 있어

새마을운동은 개도국 농촌 모델
올 15개국 42개 마을로 확대키로
허리 경제권 육성 등 5가지 중점
남은 임기 사업추진에 총력 방침
중앙정치 도전은 아직 생각 안해



김 도지사는 푸른색 계열의 정장을 즐겨 입는다. 색감 자체가 편안하기 때문이란다. 도민들이 도지사를 보면 믿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되고, 첫인상에서 이를 어느 정도 담보해 줄 수 있는 색상이 바로 이 색깔이라고 믿고 있다. 장맛비가 주춤한 4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난 김 도지사는 변함없이 짙푸른 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대담 도중 표현되는 그의 몸동작은 장년의 것과 다르지 않다. 지방분권을 얘기할 때 그의 목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전국 유일한 3선 광역단체장으로 10년 동안 도정을 이끌어 왔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정말 도민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방의 사정을 너무 잘 알다 보니 떠나지를 못했다. 하루 평균 300㎞, 도내 구석구석, 서울로 세계로 한결같이 현장을 누볐다. 지난 10년 무엇보다 경북의 위상이 달라졌다.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다. 산업기반, 문화융성, 광역SOC, 농어업 경쟁력, 복지 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정부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도했고 다양한 광역협력 틀도 가동했다. 재임 중 대통령의 18회 경북 방문이 말해주듯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했다. 대학·기업·언론·시민사회 등을 다양한 형태로 도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거버넌스 체제를 통한 본격적인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

▶10년 동안 많은 일을 했다.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또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가장 큰 성과는 도청 이전이다. 도청 이전은 단순한 청사 건물만의 이전이 아니라 도읍을 옮기는 700년 역사의 대업이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헤쳐 나왔나’ 싶을 정도다. 첫출발에서부터 정치적인 유불리를 이유로 해내지 못할 일이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후보지 결정 후에도 탈락 시·군의 섭섭함,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LH의 외면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도민의 에너지를 결집해 난관을 하나하나 헤쳐 나올 수 있었고, 7년이 넘게 준비한 끝에 마침내 대업을 완성했다.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철옹성 같은 수도권의 벽이다. 이번 신공항도 지방에 대한 인식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존권 차원에서 투쟁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무적 결단이 있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확대방안은.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거대담론이나 이념이 아니다. 우리의 가난극복 경험을 지구촌과 공유하고 자립심을 키워 빈곤을 퇴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자립 역량 강화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 능력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방침을 가지고 그동안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비롯해 국제기구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났고, 지금은 UN과 함께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원조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11개국 30개 마을을 시범마을로 조성했고, 올해까지 15개국 42개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 역량도 키우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경주에서 열린 UN NGO콘퍼런스에 ‘새마을 특별세션’이 포함돼 UN으로부터 새마을운동이 시민교육과 개도국 농촌개발 대표모델임을 인정받았다.”

▶신라·유교·가야 3대 문화의 본산인 경북도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문화정책은.

“신라문화 관련 사업으로는 천년고도 경주를 중심으로 신라왕궁 복원, 신라사 편찬사업, 삼국유사 목판사업,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경우 지난해 ‘실크로드 경주, 2015’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내년에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열어 신도청 시대의 출범과 함께 실크로드를 주도한 신라의 위상을 확인하고 경북인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나갈 것이다. 안동과 영주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문화권은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꾸준히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인문·정신문화의 거점으로 조성하고 유교·선비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관광객 등 늘어나는 관광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고령·성주를 중심으로 하는 가야문화권은 대가야문화 복원사업과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지방분권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에 대한 견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출발부터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밑으로부터 투쟁 과정 없이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은 지방을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지방은 또 지방대로 절박감이 부족한 상태로 흘러온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외형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용과 콘텐츠는 부족한 ‘무늬만 지방자치’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은 2할 자치, 사무는 3할 자치에 머물러 있다. 이제 지방의 역량을 믿고 이양할 것은 과감하게 이양하고 대신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3대 어젠다인 분권, 재정, 균형을 함께 풀어내야 한다. 자치조직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 지방재정 확충과 재정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국세에 대한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복지 등 국가사업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균형발전도 절박하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 규제완화를 논의하기 전에 획기적인 지방발전대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2년 후면 도지사 3선 임기를 마무리한다. 남은 기간 계획과 목표는.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이제 경북발전의 틀은 완성됐다. 남은 기간 이를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 크게 5가지 방향에서 도정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허리 경제권의 산업벨트 구축, 문화소통, 산업 대동맥 구축 등을 통해 한반도 허리 경제권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 환동해 핵심 SOC 구축, 북방경제권 육성, 관광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동해안 바다시대를 열어 가겠다. 2017년 호찌민 문화엑스포 등 문화실크로드 추진, 세계유산 등재 확대 등 전통문화유산을 재창조해 문화융성 세계화에 앞장서겠다. 권역별 발전전략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낙후지역개발 특별대책 추진 등 균형발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 시대를 앞당기겠다. 마지막으로 상생발전형 광역 도로·철도망 구축, 공항 활성화, 영일만항 물류거점 항만 육성, 북극항로 전진기지 개척 등을 통해 ‘전(田)’자형 국토교통망 완성을 위한 신규 SOC에 주력하겠다.”

▶차기 대권 후보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거론되고 있다. 3선 임기 후 도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 정치에 도전할 생각은.

“도정과 국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선 때와는 달리 민선 자치는 정책기능이 매우 커졌다. 단순한 중앙정부 정책 집행이 아니라 직접 정책을 생산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방이 정책을 주도하고, 지방정책이 중앙정책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도민은 지방사무, 국가사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 대해 시·도지사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도지사들이 대선주자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다. 시·도정 경험이 국가운영에 유리하다고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이는 당연한 것이다. 도정에 전념하느라 아직은 중앙 정치 도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신공항으로 대구·경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면서 ‘믿음’을 끝까지 지켜 나가겠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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