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 들먹이며 혼낼때 정말 서러웠어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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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0 07:37  |  수정 2016-07-20 09:21  |  발행일 2016-07-20 제10면
고교 피해학생 말 들어보니
인격모독에 협박성 발언 지속
되레 지도교사에 사과 요구도

“너무 힘들어서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지난달 24일 학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C양(18)이 19일 취재진에게 어렵사리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C양은 특정 운동종목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유망주였다.

“오랫동안 운동해 왔는데, 지난 몇 년간 너무 힘들었어요. 운동만 하고 싶었는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꾸 쌓였고, 어떻게 해결할 방법도 없는 것 같았어요. 결국 하면 안될 짓을 시도했던 거예요.”

C양은 가장 힘든 것은 인격모독과 운동을 계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었다고 했다. “막말에는 익숙해져 있었는데, 성적이 안 나오거나 뭔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또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컸어요.”

학교 측에서는 교육과 학생의 능력 향상을 위한 일이었다고 했지만, 어린 학생에겐 적잖은 마음의 상처가 됐던 것.

“운동을 거의 못한 상태로 처음 접하는 종목에 저를 출전시켰는데, 잘하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니가 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제 너는 필요없다’는 등 모욕을 당해야 했어요. 제가 메달 따는 기계는 아니잖아요. 제일 서러웠던 건 집안 형편을 들먹이며 혼낼 때였어요. ‘실업팀에 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정말 무서웠어요.”

C양의 ‘그 일’ 이후 학교는 어떤 조치를 내놨을까.

“그 일이 있고 학교의 한 선생님이 나를 지도교사에게 데리고 가서 사과하라고 했어요. 수치스러웠습니다. 앞으로 바라는 건 없어요. 운동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한편 A학교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C양과 지도교사의 갈등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앞으로 지도교사들의 언어 순화에 신경쓰겠으며, 이번 일로 C양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학교 측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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