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종합센터 무산은 미래부-산자부 비협조 탓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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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1 07:52  |  수정 2016-07-21 07:52  |  발행일 2016-07-21 제12면
미래부 단독으로 예타조사 진행…추진과정 산자부에 알리지 않아
한수원은 개발 기술 상용화 거부…경주시 예타 재신청하기로 가닥

원자력시설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원전해체센터)가 사실상 무산된 데에는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미래부는 원자력 연구·개발·생산·이용을 담당하고, 산자부는 에너지·지하자원에 관한 사무를 맡는다. 정부가 최근 원전 해체 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미래부는 원천기술을, 산자부는 이를 기반으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을 개발토록 업무가 나뉘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20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예비타당성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미래부에 산자부와의 업무 협조를 종용했지만, 미래부가 단독으로 예타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자체가 미래부 주도로 이뤄졌고, 미래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보를 알려 주지도 않았다. 솔직히 산자부는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2012년 440조원에 이르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6천163억원을 들여 특수로봇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과정 도입을 골자로 한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계획’을 주도했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2019년까지 사업비 1천473억원을 들여 원전해체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예타를 미래부가 단독으로 신청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에 참여했다면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수원은 올해 4차례 진행된 관련 회의에서도 미래부가 개발할 원전해체 기반기술을 한수원의 상용화 기술에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감독기관인 미래부와 피감독기관인 한수원 간 알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원전해체 기술을 육성하고 수출도 하기 위해 원전해체센터를 설립하려 했는데, 한수원에선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이 아니라며 미래부가 개발한 핵심 기반기술을 한수원에서 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거부를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고, 한수원 측은 “원전해체센터는 미래부 주관으로 추진하는 사항으로, 한수원이 직접 참여하는 사항은 없다. 우리와 무관한 사업”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원전해체사업은 양 부처가 밥그릇 싸움에 입각한 전형적인 불협화음 정책”이라며 “정부가 자력으로 원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주시는 예타를 다시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다시 예타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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