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海·亭’의 미학…송강·단원도 반한 관동의 으뜸 풍광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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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  발행일 2016-07-22 제34면   |  수정 2016-07-22
‘관동팔경’ 1景 죽서루
20160722
산과 강, 바다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관동팔경의 맏형격인 죽서루 전경.

오십천(영덕에도 똑같은 오십천이 있다)을 발 아래 둔 두타산 자락. 그 한 절벽 위에 성채처럼 서 있는 보물 제213호 ‘죽서루(竹西樓)’. 관동팔경의 첫 단추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하천변에 위치해 있다. 또한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한 관아 소속 누각이다. 조선에서 가장 독특한 예서체를 뿜어냈던 미수 허목이 1662년 삼척부사 재임 때 지은 ‘죽서루기’를 음미할 수도 있다.

김홍도가 그린 ‘죽서루도’를 본다. 죽서루 구간 오십천은 완벽하게 S자 사행(蛇行)을 한다. 한 뼘 정도 떨어진 곳에는 동해. 강과 바다와 정자가 연출하는 ‘강해정(江海亭) 미학’이 극치감을 보여준다.

2016년판 죽서루를 보기 위해 삼척 도심으로 갔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공무원의 ‘칼 퇴근 규정’ 탓에 문은 이미 잠겨 버렸다. 할 수 없이 죽서루교를 건너 죽서루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쉼터로 갔다. 죽서루쪽보다 죽서루 전경이 더 잘 조망됐다. 나무에 살짝 가려진 죽서루의 전경이 그림엽서처럼 포착된다.

죽서루 누마루를 맨발로 올라가는 상상을 해본다. 조선조 선비의 음풍농월 한자락을 흉내내보고 싶은 때문이다. 안동포로 만든 적삼차림에 남창시조 한 소절을 바람소리처럼 읊조리는 광경이랄까. 삼척의 하늘에는 백로가 날고 그 시절 죽서루 시인 묵객은 그것에 상응해 지필묵을 끄집어내 ‘발묵(發墨) 삼매경’에 빠졌을 것이다.

죽서루 맞은편 쉼터에서 한 가족이 삼겹살 파티를 벌이고 있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죽서루 풍류도 세월 따라 관광모드로 변할 수밖에…. 오십천 물길도 도심·하천개발 탓인지 점차 S자에서 한일(一)자로 직행 중이다.

인걸과 풍속은 바뀌어도 죽서루는 여전히 고고한 삼척의 랜드마크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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