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眼의 현익현 신부 “지금 사회혼란은 오히려 다행 病을 치유해 갈 기회 가진 것”

  • 최미애,손동욱
  • |
  • 입력 2016-12-24 07:13  |  수정 2016-12-24 09:12  |  발행일 2016-12-24 제1면
희망의 성탄 메시지
20161224
23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만난 독일 출신 현익현 신부.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예수님이 제자 발 씻긴 것처럼
지도자는 겸손한 마음이 중요
성직자도 사회문제 관심 갖고
옳은 방향 제시할 수 있어야


“사회에 어지러운 일들이 많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는 좋아지는 것이 더 많을 거라 믿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현익현 신부(75)는 성탄절을 앞두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 신부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화재가 일어나기도 하고,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성탄절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 성탄의 은혜는 구원의 은혜다.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사제로서 잘 인도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인 현 신부는 성 베네딕도회 소속으로 신학을 공부한 후 2년 뒤인 1968년 한국에 왔다. 올해로 한국에서 지낸 지 49년째다. 한국에 올 당시 28세 청년이었던 현 신부는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수도원 인근의 신동성당, 약목성당, 가실성당 등에서 주임 신부를 지낸 후 5년 전 부터는 수도원에서 주로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시대가 가능성이 많고 더 나아질 것으로 봤다. “인류 역사 가운데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성도 아주 많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은 시기고, 먹고 사는 문제도 예전보다 해결이 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길을 찾아 충실하게 나가는 데에는 불교, 가톨릭 등 종교에 따라 각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현 신부는 성직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직자로서 사회 문제에 개입하더라도 정치 파벌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했다. 파벌을 짓기보다는 넓은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최근 불거진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대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현 신부는 “이런 일들이 나타나는 것은 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병이 나타나면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앞에 하나의 기회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전세계의 임금, 총통과 같은 사람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자신의 영광을 위해 백성을 밟았습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는데, ‘너희들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하라’라는 의미입니다. 지도자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현 신부는 한국에 온 이후 매년 성탄절을 왜관에서 보내고 있다. 성탄절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기념하는 축제지만, 그의 모국 독일에서도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부활절, 성령 강림 대축일을 비롯해 유일하게 이틀간 쉬는 명절이다.

한국에 온 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탄절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 신부는 “다 기억에 남고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성탄절은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보다 성탄절을 더 뜻깊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성탄절에 100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현 신부는 “기쁘게 다가오는 새해를 받아들이자”고 했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하긴 쉽진 않지만, 올해 성탄절과 신년은 기쁘고 유익한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서 말한 도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개인적으로도 할 일이 많을 겁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