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麵의 고향’…쫄면도 이곳서 태어났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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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33면   |  수정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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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개항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인천 송도가 국내 최고층급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을 품은 경제자유특구로 발돋움했다. 국내 첫 한옥호텔인 경원재 앰배서더와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는 고층 아파트군이 송도의 낮과 밤을 멋지게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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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하는 송도 센트럴파크. 1.8㎞ 인공수로 좌우엔 동서양을 상징하는 빌딩과 한옥마을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의 스펙터클한 야경은 마치 ‘신세계’처럼 다가온다.

‘쇄국(鎖國)’이란 포장지에 밀봉돼 있었던 구한말. 1876년 체결된 강화도조약이 조선이란 이름의 배에 큰 구멍을 낸다. 뚫린 그 구멍을 통해 외세(外勢)가 난입한다. 그 난입을 두고 세인들은 ‘개항(開港)’이라 명명했다.

조선호는 한국호로 교체됐다. 140년이 흘러갔다. 2014년 그 개항장에 지상 71층, 높이 305m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골리앗처럼 나타난다. 국내 최고층급 건축물이라기보다 수정으로 만든 조각품 같은 구조물이었다. 이게 최근 1급 야경지로 급부상한 국내 첫 해수공원 ‘센트럴파크’의 환상적 아우라에 방점을 찍어준다. 야경 사진가들이 최근 ‘엄지척’한 포토존 중 한 곳도 여기에 숨어 있다. 센트럴파크호텔 16층인데 해가 지면 주변 빌딩 불빛 때문에 순간 ‘우주선’ 같다.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일약 스타가 된 영화배우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민국·만세. 이들 때문에 유명해진 48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송도더샵센트럴파크 1차와 인근 초고층 아파트군, 그리고 맞은편 국내 첫 5성급 한옥호텔인 ‘경원재’ 사이를 흐르는 1.8㎞ 수로에 비친 밤풍경. 동양과 서양의 불빛이 합창을 한다. 순간 여기가 맨해튼인가 홍콩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나는 36년 만에 다시 인천을 찾았다. 그 시절엔 대구와 비교되지 않던 고만고만한 도시였는데…. 인천공항, 송도·청라국제도시가 가세하고 서울 지하철이 연장되면서 ‘신수(身手)’가 훤해졌다. 난 센트럴파크의 광막한 불빛 속에서 인천의 속살에 카메라 셔터를 갖다댔다.

◆한국 첫 개항장 & 대불호텔

국내 첫 개항장이었던 ‘제물포(濟物浦)’, 인천의 별칭. 역사상 인천의 첫 이름은 ‘미추흘’이다. 고구려 주몽의 아들 비류는 서쪽 바다를 품은 지금의 문학산 자락에 터를 잡고 미추흘이란 문패를 단다. 이후 인천에서 생긴 이런저런 문물은 거의 한국 최초가 된다. 현재 중구문화원 자리엔 한국 첫 사교클럽이었던 ‘제물포구락부’, 연이어 한국 첫 호텔인 ‘대불호텔’도 탄생된다. 난 이 호텔의 등장을 아주 의미롭게 해석하고 싶다. 이 호텔을 통해 한국 사상 첫 서양음식이 론칭된다. 한식과 양식이 충돌한 진앙지가 바로 인천이다.

1902년 서울에 세워진 정동의 ‘손탁호텔’. 고종의 커피를 끓였던 이 호텔이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불호텔이 최초다. 인천 개항기 인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가기가 너무 불편했다. 당시 서울~인천 교통편은 우마차 등을 이용한 12시간 거리의 육로와 인천~용산 뱃길이 전부. 당연히 인천에서 하루이틀 묵고 가야만 했다. 당연히 숙박업 수요가 일 수밖에. 일본식 2층 목조 건물로 출발한 이 호텔은 ‘하퍼즈 위클리’라는 외국 잡지에도 상세하게 소개된다. 1885년 인천항을 방문한 아펜젤러 목사도 이 호텔을 이용했다. ‘대불(大佛)’이라는 호텔 이름은 일본인 오너의 별명이었다. 장사가 잘돼 1888년 3층의 서양식 건물로 리모델링된다. 하지만 1899년 9월18일 국내 첫 철도 경인선이 개통된다. 이내 숙박업은 사양길로 접어든다. 대불호텔은 1919년 ‘중화루(中華樓)’란 이름의 중국 음식점으로 재탄생된다. 한때는 공화춘, 동흥루와 함께 인천의 3대 중국요릿집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1978년 7월 초순 철거된다.

◆인천 차이나타운 앞에서

대구를 출발한 지 4시간 여 만에 한국철도의 발상지 조명물이 앉아 있는 인천역 앞에 섰다. 인천역 앞은 꽃샘추위 탓에 무척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그 맞은편 차이나타운 초입은 극채색의 활기를 뿜어낸다. 휘황찬란한 공작처럼 서 있는 ‘패루(牌樓)’, 그놈이 ‘중화가’란 현판을 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패루는 귀신을 쫓고 복을 불러 들이고 싶다는 주민의 염원이 담긴 마을 초입에 세운 성채 같은 대문이다. 인천 중구에는 모두 3개가 있다. 인천역 바로 앞에는 제1패루, 한중문화관 앞에는 제2패루(인화문), 자유공원 초입에 제3패루(선린문)가 있다. 패루를 지나 타운 내로 들어서면 불사조의 입안으로 들어온 듯 온통 붉디붉은 가게가 즐비하다. 중국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입은 여직원이 자유롭게 오간다. 중국 현지나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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