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도 즐겁다” 핫한 화덕만두…“젓가락이 춤추네” 신포시장 쫄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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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35면   |  수정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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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제면 사출기가 잘못 끼워져 우연히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쫄면. 콩나물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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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프라이드치킨’ 닭강정. 신포국제시장이 1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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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의 변형인 공갈빵. 인천 차이나타운의 명물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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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고온의 화덕에서 7분여 만에 구워내는 화덕만두. 꼭 중국식 만두피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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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빵을 연상시키는 홍두병.

◆차이나타운의 명물 먹거리

요즘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핫한’ 먹거리는 ‘화덕만두’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손에 꼭 하나씩 들려 있다. 화덕만두를 만드는 가게는 오전 11시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10m 이상 길게 늘어선다.

화덕만두의 원래 이름은 ‘옹기병(甕器餠)’으로 250℃ 고온의 옹기 화덕에서 7분 동안 구운 중국식 만두를 말한다. 대만에서 기술을 배워온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이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숯불에 천천히 구워 수분이 날아간 만두피는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푹 익어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가득 나온다.

차이나타운의 공갈빵도 여행객이 많이 찾는 주전부리다. ‘공갈(거짓말)’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중국식 호떡인데 잘라보면 속은 텅 비었다. 별맛 있을까 싶어 무심코 집어 먹었다가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홍두병(紅豆餠)’도 인기다. 직역하면 ‘붉은팥이 든 과자 같은 빵’이다. 틀에 넣고 구워내는 계란빵과 비슷하게 생겼다. 크림치즈, 망고, 다크초콜릿, 녹차 등이 들어간 것도 인기다.

250℃서 구운 중국식 화덕만두 ‘옹기병’
바삭한 피에 한입 베어물면 육즙 가득
공갈빵·홍두병도 입 즐거운 주전부리

‘실수로’ vs ‘일부러’ 쫄면의 탄생비화
40여년 前 신포동 분식점서 전국 스타로
대구와 달리 콩나물 즐겨…닭강정도 인기



◆인천의 누들로드

인천시가 요즘 ‘누들로드’를 짜고 있다. 대구도 면의 고장인데 인천은 한발 더 앞서 나갔다. 인천은 짜장면과 쫄면의 탄생지이자 면요리 집합처다. 현재 짜장면·쫄면·냉면·칼국수를 갖고 누들로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신포동과 용동은 ‘칼국수거리’로 유명하다. 신포시장에서 동인천역 방향으로 직진한 후 골목길로 들어서면 용동 큰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우물로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다. 자연히 사람들이 몰렸고 상가가 형성됐다. 우물 뒷골목이 바로 용동 칼국수 거리다. 이 골목이 형성된 건 40여 년 전이지만 칼국수거리란 이름이 붙은 것은 10년 정도 됐다. 지금은 초가집 칼국수, 새집 칼국수, 황고집 칼국수, 큰우물 칼국수 등 4곳이 성업 중이다.

‘화평동냉면’은 유달리 담는 그릇이 크다. 지름이 30㎝에 가까워 일명 ‘세숫대야 냉면’으로도 불린다. 처음에는 보통 냉면과 같은 식으로 팔았는데 인천 부두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냉면 사리를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처음부터 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손님상에 올리게 된 것이다. 제일 오래된 식당은 김용관씨가 꾸려가는 ‘아저씨냉면’. 얼추 40년이 넘었다. 물냉이든 비냉이든 한 그릇에 5천원. 매콤한 육수에 잘 익은 열무김치와 절임무, 싱싱한 오이채가 앙상블을 이룬다.

쫄면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1970년대 초 인천시 중구 경동에 있는 광신제면 직원의 실수로 ‘우연히’ 인천에서 탄생하게 된다. 면을 뽑다가 실수로 우동면 틀을 사용한 것이 쫄면 탄생의 비화다.

버리기 아까워 공장 앞에 있는 맛나분식에 줬고, 이를 고추장에 비벼 먹은 것이 최초의 쫄면이라는 설명. 이후 쫄깃한 면이라고 해 ‘쫄면’이라 이름 지어진다. 이후 신포동 분식점에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신포국제시장에 쫄면집이 여러 개 몰려 있다.

또 다른 ‘쫄면탄생설’이 있다. 당시 광신제면의 운영주였던 장신자씨의 회고담이다. 실수로 나온 면이 아니라 일부러 쫄깃하게 만들려고 연구한 끝에 탄생한 것이란다. 반죽 단계부터 130~150℃의 뜨거운 열로 반죽을 익혀 점성을 높인 뒤 이를 사출기의 강한 압력으로 뽑아내면 면의 조직이 치밀해져서 쫄깃한 쫄면이 탄생한다. 제조과정으로 보아 단순히 실수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광신제면은 몇 번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 하경우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신포국제시장에 위치한 ‘신포우리만두’ 본점이 가장 오래됐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면이 유독 두껍고 쫄깃하다. 대구와 달리 인천에선 콩나물을 즐겨 사용한다. 현재 신포국제시장에서 쫄면을 파는 대다수 분식집도 광신제면에서 면을 받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조달하고 있다.

◆ 기타 인천의 별미들

신포국제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1985년부터 3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닭강정’. 시장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게들은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커다란 솥 가득 강정을 데우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고추장 대신 고추기름을 사용해 텁텁함을 없애고 땅콩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강화 순무’도 특산품. 토종 순무는 뿌리가 흰색이었고 맛은 옛날 조선배추의 뿌리 맛이었다. 하지만 이 순무가 영국의 순무와 교잡하면서 강화 순무가 탄생한다.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1890년대 영국에서 강화도 해군학교 군사교관으로 파견 온 콜웰 대위가 영국의 순무 종자를 가져와 강화읍 갑곶리의 사택 주변에 심었다고 한다. 콜웰의 순무는 기존의 흰색이 아닌 보라색을 띠었다. 지금 강화 순무의 색깔과 같다. 이 시기부터 강화 사람들은 밴댕이를 이용한 순무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영국과 한국이 결합돼 탄생한 강화 순무에 인천의 특산물 밴댕이가 더해진다.

매년 4~7월 인천은 ‘밴댕이 도시’. 언뜻 병어·준치회와 비슷한 밴댕이회는 구이와 회보다는 회무침이 별미. 목포식 홍어무침회, 대구식 무침회와 비슷하다. 차이나타운 바로 옆은 밴댕이회무침 거리다. 연안부두 앞에는 3층 건물인 ‘연안부두 밴댕이타운’이 있다.

인천에도 추어탕 거리가 있다. 남동구 운연동 연락골은 주로 논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촌이었다. 그런데 논에서 미꾸라지가 많이 잡히면서 마을 주민들이 추어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이곳 추어탕 맛이 알려졌다. 어느새 마을에 추어탕 전문 음식점이 하나둘 생기더니 지금은 아예 ‘추어마을’로 불린다.

동인천역 맞은편 지글지글 생선 굽는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대한민국 유일의 ‘삼치구이 거리’. 삼치거리의 시작은 45년 전 막걸리 공장 앞에 ‘인하의 집’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 가게를 운영하던 주인은 막걸리와 함께 먹을 안주를 찾다가 삼치를 구워 내기 시작했다.

쓰키다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연안부두 충청도7호집을 가보라. 질리도록 많은 접시가 줄을 잇는다. 대구도 쓰키다시 많기로 유명한데 연안부두보다는 두 수 아래. 10만원만 내면 한 상을 차려준다. 홍합탕부터 매운탕까지, 무려 50접시가 넘는 각종 해산물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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