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저수율 한달새 90%→61% 급락…일부지역 농작물 피해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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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3 07:32  |  수정 2017-06-13 07:33  |  발행일 2017-06-13 제12면
경북도 가뭄 지속땐 농사 타격
20170613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소재 연못 ‘오어지’가 가뭄으로 바싹 말라붙어 바닥이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오어지는 냉천의 지류 신광천의 발원지로 평소에는 물이 가득한 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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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가 최근 모서면 득수리 득수천 바닥을 파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

하늘도 말라 버렸나. 좀처럼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영농철이지만 전국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7일 전국적으로 내린 단비도 해갈에 큰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경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뭄 영향을 덜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농업·생활용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저수지 5천469곳 전국최다
타지보다 상대적으로 가뭄 덜해
관정 파고 양수장·저수지 준설
道 ‘선제적 물관리’ 대책도 도움

올해 평균 강수량 예년 절반수준
중부에 이어 남부지역 가뭄심화
밭작물 시듦 현상…수확 감소도
모내기한 어린벼 발육지장 우려


◆경북 상대적으로 가뭄피해 덜하다

2010년 이후 국내 가뭄은 경기, 충남, 충북, 강원 등 중부 서해안과 내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북의 가뭄피해가 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많은 강수량을 꼽았다.

농림축산식품부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북지역의 평년 대비 강수율은 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9월 말 18호 태풍 ‘차바’ 등의 영향으로 가을철 강수가 집중되면서 도내 저수지의 물그릇이 가득 채워졌다. 정희진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수자원관리부장은 “경북은 작년 가을부터 비가 많이 내려 대부분의 저수지가 만수인 상태에서 영농을 시작했다”며 “낙동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있는 것도 농업인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관개시설과 수리시설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풍족한 것도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6월 현재 경북도내 저수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천469곳(시·군 관리 4천824곳, 농어촌공사 관리 645곳)으로, 전국 1만7천310곳의 31.6%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전남 3천206곳(18.5%), 경남 3천180곳(18.4%), 전북 2천248곳(13.0%), 충남 898곳(5.2%), 경기 351곳(2.0%), 강원 318곳(1.8%) 등이다.

언제라도 용수를 공급 받을 수 있는 ‘수리답(수리안전답)’이 많은 것도 가뭄피해가 적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북도 농촌개발과에 따르면 도내 수리답은 10만7천여㏊로 전체(12만7천여㏊)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용수를 자연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수리불안전답)’은 2만여㏊로 15%에 불과하다.

◆경북도, 선제적 물 관리 주효했다

경북도가 가뭄 걱정을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는 것은 선제적인 물 관리 덕분이다. 우선 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봄철 물 부족에 대비해 가뭄대책비 22억원을 투입해 관정·양수장·저수지 준설을 추진했다. 이 기간 32곳의 관정을 파고 양수장 8개소, 저수지 14개소를 각각 준설했다. 물이 부족한 저수지에는 총 141만t의 물을 채웠다. 최근에는 가뭄대책비 46억원(도 27억원, 시·군 19억원)을 투입해 가뭄이 우려되는 지역에 인력 1천519명, 장비 1천72대를 동원해 644곳의 긴급 용수원을 개발했다. 또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한다.

하천수를 활용한 농촌용수 공급사업도 가뭄해소에 한몫했다. 도는 낙동강 다기능 보의 여유수량을 상습가뭄 피해지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332억원을 들여 양수장을 연결하는 10.5㎞ 관로를 설치해 상주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상주보 양수 관로는 물 부족 면적 798㏊를 가뭄에서 벗어나게 했다. 도는 앞으로도 양수장 14곳을 연결하는 송수로 99㎞를 설치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등의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가뭄이 확산될 경우 도내 23개 시·군에 가뭄대책비를 추가 지원함과 동시에 정부에 국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영농철 가뭄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어 지난해 가을부터 물 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했다”며 “경북이 다른 지역보다 가뭄이 심하진 않지만 농업용수가 여유가 있을 때 각종 대책을 실시해 가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방에서도 가뭄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도내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61%다. 이는 전국 평균 저수율 4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평년(71.8%)이나 지난해 같은 시기(64.6%)보다 낮은 수치다. 문제는 모내기 등으로 물 사용량이 늘어 저수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여 전인 5월2일 도내 평균 저수율은 90.4%로 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83.2%, 23일 76.6%, 30일 69.0%, 지난 11일 61%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불과 40일 만에 저수율이 3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저수율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물 사용량이 증가한 데 반해 비가 적게 왔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경북지역 평균 강수량은 174㎜로 평년(304.7㎜)의 57% 수준이다. 전국 평균 강수량(166.6㎜)과도 큰 차이가 없다. 최근 1개월간 강수량은 33.8㎜로 평년(95.4㎜)의 35% 수준에 그쳤다. 지난 6~7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경북평균 강수량 9.3㎜)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주요 댐 저수율도 30∼50%대에 그치고 있다. 영천 38.8%, 안동 41.6%, 임하 43.4% 등이다.

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11일 기준 도내 모내기 실적은 9만1천501㏊로 목표(9만8천388㏊)의 93%를 완료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북도는 벼작물의 경우 이달말 모내기까지는 정상적인 급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저수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마저 내리지 않을 경우 가뭄피해가 예상된다. 밭작물의 경우 마늘·양파는 현재 수확기로 큰 피해는 없으나 수확량이 감소했다. 고추·옥수수·참깨·콩 등은 가뭄이 지속되면 생육이 지연되거나 파종이 늦어지게 된다. 또 181㏊에 시듦 현상이 발생해 앞으로 강수가 적을 경우 확산될 전망이다.

앞으로 농업용수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내 저수율 전망은 어둡다. 대구지방기상청 관측예보과 관계자는 “8월까지 대구·경북지역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씨(52)는 “현재 농가에서는 벼를 심기 위해 벼 이앙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가뭄이 계속될 경우 논에 심어진 어린 벼의 발육에 지장을 초래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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