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주민이 지방분권 설계자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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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1   |  발행일 2017-07-11 제1면   |  수정 2017-07-11
쉽게 얻어지는 권리는 없어
불평등에 당당히 목소리내야
‘시스템의 민주화’ 실현 가능

몇 해 전 지방 소재 로스쿨 재학생 6명이 ‘변호사시험을 서울에서만 치르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법무부에서 변호사 시험장을 서울에 있는 4개 대학으로 선정·공고하면서 지방 소재 응시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청구인들은 “서울의 4개 대학만 변호사시험 장소로 선정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지방 로스쿨 재학생 응시자에 대한 차별이자 평등권 침해다. 또 지방 응시자들에게 큰 부담과 불이익을 전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수일에 걸쳐 실시되는 변호사시험 특성상 보안 및 인력 운용 측면에서 지방 분산 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항공 및 육상 교통의 중심지인 서울 권역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다”며 해당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까지 변호사시험의 지방 분산 실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판결 한 번으로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헌법소원 심판에서 알 수 있듯 ‘쉽게 주어지는 권리’란 없다. 사회 시스템에 의해 자신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되면 누구라도, 언제든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권리를 찾는 데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공론의 장이라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권리찾기가 법을 잘 아는 이들의 전유물이어선 안 된다.

최근 들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논의가 더 뜨거워졌다. 한때 지방의 공허한 메아리 같았던 지방분권 개헌은 현 정부 들어 탄력을 받게 됐다.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개정 헌법에 담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민의 관심과 참여다. 개헌 논의에 국민의 목소리가 담겨야 하는 것처럼 주민 없는 지방분권은 진정한 지방분권이라고 할 수 없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자유대학교 김상국 연구원(정치학 박사)은 “지방분권 개헌이 당장에 파라다이스를 만들어줄 것이란 생각보다는 지금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주민의 참여와 논의를 통해 ‘한국형 지방분권 모델’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스템의 민주화는 구성원의 모든 민주주의적 요구가 만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혼란스럽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방분권 논의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이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행동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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