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 가족이 되어준 반려猫…냥이 양육비용 아깝지 않아요”

  • 김형엽,황인무
  • |
  • 입력 2017-10-26 08:18  |  수정 2017-10-26 09:56  |  발행일 2017-10-26 제26면
모두 457만 가구에서 반려동물 키워
펫 보험·장묘 등 관련 산업도 급성장
동물도 생명체로 수용 법개정 등 필요
20171026
지난 24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애견호텔에 맡겨진 강아지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로 관련 산업은 2020년까지 5조8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대구 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여·29)는 ‘고양이 집사’로 통한다. 그는 3년째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수컷 2마리(포도·순붕)와 암컷 1마리(유미)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양육비는 한 달 평균 20여만원. 대부분 사료와 간식, 장난감을 사는 데 쓴다. 어쩌다 고양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만 30만원을 웃돈다. 그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단 한 푼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직장생활과 개인 사정으로 혼자 살게 된 김씨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정신과 치료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김씨를 일어서게 한 것은 바로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처음 집으로 들이게 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포도·순붕이의 전 주인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 커뮤니티에 급하게 분양 글을 올린 것. 김씨는 사정이 딱하다는 생각에 덜컥 분양을 받았다.

두 반려묘와의 삶이 안정되고 있을 때쯤, 김씨는 유미를 데려왔다. 유미는 원래 키우던 주인이 해외로 나가면서 버려졌다. 임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세 고양이의 삶이 왠지 닮았다는 생각에 집으로 들였고, 더욱 애착을 가졌다. 그러던 중 김씨의 우울증세는 완화됐다. 고양이에 대한 책임감이 삶의 의지로 이어진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천만시대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에 이어 1인가구시대를 맞고 있다. 그 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등록 반려동물은 107만707마리,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457만 가구, 반려 인구는 1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명칭과 사회 구조의 변화가 보여주듯, 동물은 단순히 보고 즐기기 위한 대상이 아닌 존재로 바뀌었다. 김씨의 반려묘처럼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산업 시장 규모는 2012년 8천947억원에서 2020년 5조8천100억원으로 6.5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사료·수의진료·동물의료기기·동물의약품 등 전통적인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엔 전무하다시피 한 보험을 포함한 여가산업·장묘 등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 전체 가구의 6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관련 산업 규모는 70조4천800억원이다. 일본도 2012년부터 약 14조원의 거대한 시장 규모를 유지해 오고 있다.


◆질적 성장은 ‘제자리걸음’

폭발적인 양적 성장과는 반대로 질적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반려견 목줄과 입마개, 동물 등록제와 유기·유실동물 발생 등의 개인적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동물장묘업 등 사회·제도적 차원 문제에서도 발생한다.

반려동물의 삶은 기본적으로 인간 의존적이다. 김씨의 세 고양이처럼 주인의 사정에 따라 버려지기도 하며,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그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주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때 반려동물은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부주의할 경우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 해도 손색없다. 하지만 현재의 동물보호법상 이들은 생명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는다. 동물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학대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재물손괴 혐의에 따라 벌금형으로 끝난다. 이젠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을 개정하는 것부터,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 등 질적 성장이 없다면 양적 성장은 거품에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