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장담할 수 없어”…울릉고 34명 포항서 일주일 더 머물며 열공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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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8 07:16  |  수정 2017-11-18 07:16  |  발행일 2017-11-18 제2면
수능 일주일전 포항해병대 숙식
일정 보름으로 늘어 건강 등 걱정
“뱃길 장담할 수 없어”…울릉고 34명 포항서 일주일 더 머물며 열공
지난 16일 포항 남구 해병대 청룡회관 다목적홀에서 수능을 준비 중인 울릉고 학생들.

“지진도 지진이지만 어린 학생들이 장기간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만난 울릉고 김종태 교감은 전날 밤 지진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건너온 수험생들이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일주일 더 머물게 됐기 때문이다. 김 교감은 학생들이 행여 감기에라도 걸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10일 울릉고 학생 34명은 인솔 교사들과 함께 16일로 예정됐던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4시간 배를 타고 포항에 도착했다. 울릉도엔 수능 시험장이 없기 때문에 해마다 울릉고 3학년 학생과 교사 등 수십 명은 포항 해병대 청룡회관에 머물며 수능을 치르고 울릉도로 다시 돌아간다. 올해는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탓에 일주일이 아닌 보름간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능을 치르게 됐다. 한 인솔 교사는 “울릉도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올 수도 있지만 바닷길 상황(기상)을 장담할 수 없다. 자칫 여객선이 뜨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계속 머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형 원탁 테이블이 마련된 청룡회관 다목적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수험생 대부분은 낯선 환경과 지진 공포에도 불구하고 큰 동요없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보람양(18)은 “지진으로 시험이 연기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남은 기간 모의고사와 수능특강 등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정리하고 시험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갈아입을 옷이었다. 준비해 온 속옷 등이 부족해 인근 지역의 빨래방을 찾아 세탁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

한편 경북도교육청과 해병대는 울릉고 학생들이 연기된 수능일까지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모든 숙박비용과 차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글·사진= 포항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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