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이동권 보장…실버푸드 등 식생활 편의 개선 대책 필수”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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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8 07:25  |  수정 2018-02-08 08:35  |  발행일 2018-02-08 제6면
고령사회 대비 안 된 대구 <하>
WHO 첫 고령친화도시 뉴욕
취업지원 등 51개 전략 작성
도시 인프라 노인 위해 고쳐
지역선 대구대 건물 호평
걷기 편한 산책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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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건물은 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편한 구조다. 전국 최상의 장애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건물에 노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승강기는 물론, 이동에 용이한 완만한 경사로에는 잡기 수월한 굵기를 고려한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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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일상의 불편함을 디자인으로 극복하는 해결법이다. 고령사회에서는 증가하는 노인들만큼 불편함도 함께 늘어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인에 맞춰 유니버설 디자인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일과 아픈 노인을 치료하고 간병하는 일, 고령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런 일에는 지금도 기초연금, 건강보험, 노인 일자리 사업 등 형태로 수십조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예산은 급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정책을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선진국의 경우 오랜 시간을 들여 구축한 공적연금을 통해 노인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그 테두리에서 아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쏟아붓지 않고도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도 많다. 도시기반시설·주거시설 등을 고령자에게 맞춰 마련해 노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령사회 진입과 동시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구시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를 찾아봤다.

◆고령 중심 도시로 바뀌는 해외 도시

뉴욕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2010년 WHO(세계보건기구)의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에 가입했다. 세계경제 및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뉴욕, 도시이미지는 젊지만 60세 이상 인구비율이 17%에 달한다. 또 자기 관리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27%에 이른다. 이에 따라 뉴욕은 고령사회에 대비해 나이 들어도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고령자와 손자녀 양육 고령자 가족 등 빈곤계층 지원주택 보급이나 노인이 집수리할 때 주의할 점 등을 알려주는 가이드를 만든 것 등이다.

뉴욕은 고령친화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로 지역사회 및 시민의 참여, 주거, 공공공간 및 교통, 건강 및 사회서비스 등 4개의 핵심 정책영역과 15개 세부영역에서 도출된 51개 핵심전략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이드를 토대로 작성했지만 노인들의 욕구 파악과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뉴욕의 특성에 맞는 과제를 도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전략은 △노인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노인유급일자리 확대 △지역사회 고령친화성 진단 △시니어센터와 도서관 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문화·예술행사 노인 할인 혜택 정보 제공 △주택수리비 융자 및 주거 관련 법적 지원 △노인안전을 고려한 교차로 재설계 △고위험군 노인 대상 에어컨 무료보급 △가족수발자에 대한 교육 자료와 지원 확대 등이다.

뉴욕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노인친화도시로 바꿔나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교외로 생활 터전을 옮겨가지 않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젊은 직장인 위주로 마련된 도시 인프라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고쳐 나가고 있다. 뉴욕은 미국에서 노인친화 환경 구축에 가장 열성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필수조건 ‘이동권과 식생활 편의’

고령친화도시로 변모 중인 도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다. 노인친화구역으로 설정된 뉴욕 이스트할렘과 어퍼 웨스트사이드 등 노인 밀집 동네의 신호등은 보행자 녹색불이 다른 곳보다 10초 정도 더 오래 켜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은 노인들이 주로 가는 노인센터나 병원을 주요노선으로 하는 노인전용버스를 운행한다. 프랑스 리옹은 노인의 근거리 이동을 도와주기 위한 노인맞춤교통수단으로 인력거를 활용한다. 노인의 활동 장소나 기회가 부족하다는 인식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행사를 열고 있는 곳도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지팡이나 보행기 등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주축으로 참가해 거리를 완주하는 ‘워커 랠리’를 개최한다.

노약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건물 구조를 갖춘 곳이 국내에도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구대다. 대구대의 건물은 노약자들이 생활하기에도 편한 구조다. 전체 건물 48곳 가운데 30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교내 모든 건물에 완만한 경사로를 마련했다. 경사로와 화장실에는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안전 손잡이가 달려 있다. 보행 통로에는 미끄럼 방지용 패드를 설치하고, 건물 바닥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턱이나 높이 차이가 없도록 설계했다.

대구대 뒤편 비호동산 산책로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활용해 노약자들이 걷기에 용이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기존 제품 가운데 불편한 점을 개선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서은숙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학생지원업무 담당계장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력이 약해져 이동이나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결국 노인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음식물 섭취 기능이 떨어진 노인을 고려해 식생활 개선을 권장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은 고령자의 상태에 맞춰 식품의 기준을 굳기와 점도에 따라 단계를 구분, 제조한 ‘개호식품’을 개발했다. 정부가 나선 덕분에 일본의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500억엔으로 성장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노년의 식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의 건강도 향상시키고 혼자 식사하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도 줄이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와 노인이 주 1회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어라운드 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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