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설명 못한‘프레온 증가’규명한 관측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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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07:33  |  수정 2019-05-24 08:50  |  발행일 2019-05-24 제10면
■ 경북대, 제주 고산지역에 운영
40여종 화합물 실시간 연속측정
아시아 發 오염 성분 관측 용이
日 관측소 결과와 비교 분석도

유엔 환경국(UNEP)과 오존사무국은 그동안 지구촌의 프레온가스 배출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기존 연구로는 정확한 배출 증가량과 배출 지역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박선영 경북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부) 연구팀이 중국 동부지역에서 연간 7천t 이상의 프레온가스가 새롭게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하자 일등공신인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 고산에서 운용 중인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소는 2008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의 농도 및 이들의 안정동위원소를 비롯해 몬트리올·교토 의정서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 40여종의 할로겐화합물들을 실시간 연속 측정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대표 관측소다. 관측소가 위치한 제주도 고산은 아시아대륙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성분의 관측이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태풍의 길목에 있어 위험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실제 2016년 10월엔 제주도를 강타한 초대형 태풍 ‘차바’(고산 최대풍속 56㎧)로 인해 관측용 컨테이너 구조물이 파괴되고, 내부의 많은 관측 기기들이 크게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분석기기 수리와 구매에 나섰지만 정상화하기까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소는 현재의 고산 기후변화감시 통합운영실 건물로 장비를 이전하게 됐다. 관측소 측은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연속성·신뢰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특히 관측 기록의 연속성을 위해 기존의 공기 시료 채취 지점을 유지하기로 하고, 긴 길이의 기체 이동관을 설치했다. 길이가 무려 200m인 하나의 관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1m 깊이에 어렵게 설치했다.

이 덕분에 박 교수팀은 프레온가스 오염농도의 크기와 발생 빈도 등 데이터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소는 지난해 제주도 고산과 입지가 비슷한 동북아시아에 위치하며 비교적 정확한 장기 관측 자료를 보유한 일본 하테루마 관측소(일본 국립환경연구소, NIES)의 관측 결과와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중국 산둥성·허베이성 등의 동부지역에서 연간 7천t 이상 배출량이 증가했으며, 이는 전 지구 프레온가스 증가량의 40~60%에 달하는 양임을 밝혀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브리스톨대학, 영국 기상청, 미국 MIT, 미국 UC샌디에이고, 스위스 과학기술연방연구소(EMPA), 호주 CSIRO기후연구센터, 일본 국립환경연구소(NIES) 연구팀이 참여한 국제공조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교신저자·공동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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