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어리석은 착각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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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9   |  발행일 2021-07-29 제23면   |  수정 2021-07-2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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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 경북부장

"내가 왜 선거에서 떨어졌는지 정말 모르겠어. 모두 나를 보고 열광하고 나에게 표를 주기로 했는데, 그 사람들 절반만 찍어도 당연히 내가 당선돼야 하는데, 내가 왜 떨어졌지?"

과거에 취재했던 어느 후보가 했던 말이다. 이 사람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선거에 나섰지만 끝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만났을 때. 그는 당시 환호가 자신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어리석은 착각이었다.

내년도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이 링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걸어온 길이나 이력·정치적 노선이 모두 다른데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만이 유일한 대통령 적임자이고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적임자라는 생각은 이해하겠는데 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지지율만 보더라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사람, 한 자릿수에 머무는 사람, 거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까지 천차만별인데도 모두가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선거만 나오면 떨어졌던 사람이 했던 어리석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모양새다.

면면을 살펴보자. 제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을 끝도 없이 들추어내는 사람. 국가경영의 비전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남이 한다니까 자기도 따라 나선 사람. 실체가 없는 급조된 인기인 줄 모르고 이미 당선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 특정인물이 되는 꼴이 보기 싫어 떨어뜨리기 위해 나섰다는 저격수. 과연 이들 가운데 누구를 믿고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겠는가? 아마도 "글쎄올시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일 것이다.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지금 출발선에 서 있는 이들은 어딜 가나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고, 자신이 던진 이야기가 다음 정권의 국가 정책인 마냥 커다랗게 부풀려지다 보니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극렬 지지자들까지 편승해 부추기다 보니 자신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을 것이다.

다시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람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가 보기에 그 사람이 떨어진 이유는 분명하다.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기는커녕 '거품'을 거품이라고 알아 볼 수 있는 안목도 없었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정체성, 당선 이후의 비전도 없었다. "너 만한 사람이 없다. 네가 적임자다"라는 감언이설에 넘어갈 정도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몰랐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사람에게 환호하거나 악수를 청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당선될 거다"는 덕담도 건넨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선의에서 보내는 환호는 자신에 대한 지지가 아닌지도 모르고 득표 수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선거 이후에 열리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도 대통령 후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선거출마가 직업이 된 사람에서부터 리더십이나 비전도 없으면서 자기 역량을 과대포장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나오는 아이들조차 자신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심사숙고한다는데 어른들이 아이들보다도 못하다.

후보들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누군가의 부추김에 자기 자신을 확대해석하지 않았는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자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지, 나에게 리더십이 있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살아온 삶이 부끄럽지 않은지. 이 같은 철저한 자기점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이미 결정돼 있다.
전 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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