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탐하다 봄의 전령사 매화(1)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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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5   |  발행일 2022-02-25 제33면   |  수정 2022-02-25 08:44

선암매(2015.3.23)
전남 승주 선암사의 선암매. 600년이 넘은 이 고매(천연기념물 제488호)는 보기 드물게 큰 고목인 데다 꽃이 작고 성글게 피어 더욱 고고한 맛을 선사한다.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겨울은 그 마지막 꼬리를 감추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의 기세가 푹 꺾여 겨울과 동무해 썩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봄이 되었지만 봄날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완연한 봄날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때쯤이면 오히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을 누린다. 매화 덕분이다. 필자뿐만 아닐 것이다. 2월로 접어들어 남녘에서부터 매화 개화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하면, 매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설렐 수밖에 없다.

대구 곳곳에서도 10여 일 전부터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매화나무는 따뜻한 기운에 힘을 받아 보다 일찍 몇 송이 봉오리를 터뜨렸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그 상태로 움츠린다. 따뜻한 날씨를 기다리다 때가 되면 다시 개화를 시작한다.

선암사(2015.3.22)
선암사 야매(夜梅).

매화가 본격적으로 피기 전인 이 시기가 매화에 대한 마음이 특히 간절하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봉오리가 맺힌 매화 가지를 잘라와 화병에 꽂아두고 매일 집안에서 마주하며 즐긴다. 2월에는 해마다 이렇게 꺾어온 매화 가지와 함께한다. 매화 가지를 한 번 꺾어와 꽂아두면 1주일 정도 황홀한 향기와 예쁜 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매화 향기는 맑고 그윽하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안에 들어설 때 특히 그 향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홀로 매화와 함께하면 최고다. 이럴 때는 매화가 그 향기를 일정하게 뿜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강하게 내뿜는 것임을 확실하게 느끼는 각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가까운 고향 매화밭에서 두어 가지를 꺾어와 곁에 두고 이렇게 달콤한 시간을 누리다 보면 어느새 야외의 매화들이 본격적으로 피어나 매화 천지가 된다. 그러면 보고 싶은 매화를 찾아 나선다.

요즘은 어디나 주변에서 쉽게 매화를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는 중심가에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가면 청매, 홍매, 백매, 그리고 가지를 수양버들처럼 늘어뜨린 수양매 등 다양한 매화들이 그 자태를 다투며 피어난다. 이곳에도 따뜻한 날씨가 며칠 계속되던 열흘 전부터 청매와 홍매 몇 그루가 꽃잎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 친구들과 매화가 한창 피어나던 이곳에서 '매화음(梅花飮)'을 즐겼던 기억이 새롭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탐매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대표적 '고매(古梅)'가 전국 곳곳에 있다. 매화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고매는 특히 산사에 많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 승주 선암사 고매들(선암매), 양산 통도사 홍매(자장매), 장성 백양사 홍매(고불매)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많은 매화 애호가처럼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를 그중에서 각별히 좋아한다. 진하면서도 맑은 붉은색 꽃을 피우는 이 홍매는 꽃도 홑꽃으로 아름답고 나무 모양도 준수하다. 그리고 주변의 오래된 한옥인 각황전이나 영산전 등과 어우러져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 호젓하게 즐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이 홍매는 현재의 각황전을 중건할 때(1702년) 심은 것으로, 수령은 300년이 훨씬 넘는다.

화엄사 부속 암자인 길상암 앞에는 더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다. 450년 정도 됐다는 이 백매는 울창한 숲속에 자라서인지, 소박하고 자연스러우며 꽃도 작고 드문드문 피운다. 그리고 위를 쳐다보지 않으면 매화나무인지도 모를 자태로 주변의 숲과 어우러져 각별한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485호로 지정됐으며, '화엄매'로 불린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탐하다 봄의 전령사 매화(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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