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추 금요단상] 연주회장에서…5월의 신록과 음악의 향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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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6   |  발행일 2022-05-06 제33면   |  수정 2022-05-06 08:36
연주회장 찾는 열정적인 관객
관객 위해 최선 다하는 연주자
서로의 마음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감동 선사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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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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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프랑스 메츠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찬란한 신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금요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프랑스 메츠국립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비 갠 후 펼쳐지는 신록의 풍광이 떠오르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관현악 선율의 향연'을 누릴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2019년 12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세계 정상급 해외 오케스트라 무대였다. 거리두기 없는 객석을 가득 채운, 오랜 갈증을 느껴온 대구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무대였다. 한국 순회공연 중 첫 무대이기도 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마음도 각별했을 것이다. 특히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지난해 3월 대구 첫 독주회 무대에서 대구에 대해 각별한 호감을 표현한 적 있는데, 관객들과 그런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두 곡을 앙코르곡까지 연주하며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보기 드문 감동의 무대는 이렇게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응해 도와준다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8월3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그랜드홀로 들어가는데, 입구 문 앞에 티켓 한 장을 구한다는 내용이 적힌 A4 용지를 펼쳐 들고 서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스쳐지나 로비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받았다. 티켓 두 장을 받았는데, 오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못 오게 되어 한 장이 남게 되었다. 입구에 서 있던 여자가 생각났다. 바로 뛰어나가 그 자리에 가보니,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티켓을 주었다.

돌아와 자리에 앉아 있으니 잠시 후 그 사람이 들어왔다.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연을 물어보았다. 얼마 전부터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는 그는 리사이틀 티켓이 매진된 것을 알았지만, 대구에서 하는 이 공연에 꼭 오고 싶어 혹시 당일 취소하는 티켓이 생길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무작정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생각의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고, 앞서 주문해놓은 그 사람만 다행히 취소된 한 장의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도 자신은 혹시나 싶어 그렇게 계속 기다렸다고 했다. 정말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연주회를 보게 돼 너무 감사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25일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60초 만에 객석이 매진돼 합창석까지 추가 오픈한, 관객들의 기대가 보기 드물게 컸던 연주회였다. 짐머만은 연주회장의 분위기와 관련,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다니며 연주하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휴대폰 전원을 끄는 것은 물론 연주회 안내책자, 핸드백, 휴대폰 등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품을 바닥에 내려놓을 것을 거듭 주문했다. 이렇게까지 정숙 분위기를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

덕분에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짐머만의 피아노 독주가 시작되었다. 연주도 좋고 집중도 높아 더욱 잘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한참 후 안내책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더 크게 들리기는 했지만,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짐머만의 연주회에 대한 엄격한 잣대 덕분에 보다 더 심취하며 감동 받는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까다로운 것은 보다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하고 들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피아노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도 높다. 또한 최신 음향기술, 컴퓨터 공학, 심리학 등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한다.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연주자의 연주회를 감상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하는 관객과 자신의 연주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의 마음이 어우러져 서로가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자리,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되는 순간이 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주회뿐 이겠는가. 우리 삶의 모든 일에 이렇게 서로를 위해 정성을 다할 수 있다면 사람 사는 세상도 더 좋아질 것이다. 하늘도 감동할 것이니.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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