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공무원, 단체장이 믿는 만큼 잘한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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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1   |  발행일 2022-07-21 제23면   |  수정 2022-07-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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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지난 1일부터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광역단체장에서부터 기초단체장까지 대구경북에는 모두 33명의 단체장이 앞으로 4년간 시·도와 31개 시·군·구를 이끌어 간다. 이 가운데 민선 8기 단체장이 새롭게 선출된 곳은 대구시를 비롯해 대구지역 2개 구와 경북도 내 13개 시·군 등 모두 16곳이다.

새롭게 입성한 단체장 16명의 이력은 다양하다. 이들은 공무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거나 정치인으로서 이미 공무원들과 여러 가지 업무를 함께 해 본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공무원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기에 공직과 완전히 별개였던 사람은 없는 셈이다. 공무원 사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하고, 알 만큼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잘 알고 알 만큼 안다고 하는 말의 뉘앙스가 공직과 공무원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라 묘하게 부정적인 시각이다. 공직사회가 너무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물론 효율성이 떨어진다든가, 공무원들이 능력도 안 되면서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요구하는 것만 많다는 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이나 조직과 비교하면서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거나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단체장 가운데 자신의 공적·사적 경험을 토대로 공직사회를 평가하면서 평소 가졌던 편견을 그대로 적용해 손발을 맞춰보기도 전에 공무원들의 능력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무시하는 것을 적지 않게 봤다. "중앙과 비교하면 능력이 한참이나 뒤처진다"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은 척하면 알아서 하는데 여기는 왜 이래"라면서 질타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공무원들도 "자기도 중앙에서 경쟁할 능력이 안 되니까 그나마 비빌 언덕이 있는 지방을 찾아온 것 아니냐!" "능력 안 되는 사람들하고 일 못 한다면서 단체장은 왜 하는 거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가야 할 우두머리와 손발이 되어 움직여야 할 공무원들 사이가 뒤틀려 있으니, 일이 잘 추진될 리가 없었다. 이런 자치단체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물론 공무원 가운데도 자신이 맡은 자리에 비해 능력치가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터무니없는 일을 추진한다거나 다른 구성원과 불화를 일으키면서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일을 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민간기업이나 사회단체에도 많다. 일부 잘못된 공무원으로 전체 공무원들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에 새롭게 당선된 시장·군수·구청장 가운데 아직도 '지방 공무원=무능'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버려야 한다. 단체장은 지자체를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한 가정의 부모와 같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자기 아이를 생각하는 것처럼 믿고 조금 더 기다려준다면 분명히 그들은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자식은 믿는 만큼 자란다. 자식은 믿는 만큼 잘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믿어 준다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믿음이라는 추진력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그 말이 자식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잘 모르겠거든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입 다물라.'
전 영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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