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추(桐楸) 금요단상]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이웃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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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9   |  발행일 2022-09-09 제33면   |  수정 2022-09-09 08:08
고구려 벽화 서역인·신라 흥덕왕릉 아랍인 무인석
고려 이주민 수용 '내자불거' 정책…다문화 역사
우리 사회 일원 이주노동자 포용하는 마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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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한 카페에서 경산이주노동자센터가 마련한 '2022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얼마 전 외국인 이주노동자 후원 행사에 다녀왔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위주로 한 이주노동자를 돕는 단체인 경산이주노동자센터(소장 안해영·재중동포)가 주최한 '2022 후원의 밤' 행사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내 한 카페에서 열렸다. 각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센터 관계자, 다양한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후원자 등이 참석해 치킨과 맥주, 이주노동자들이 준비한 음식 등을 즐기는 훈훈한 분위기였다. 감사패 전달, 가수들의 공연 등이 펼쳐졌다.

센터에서 한국어수업과 고충상담을 돕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현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국내 체류 외국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19년 말 기준으로 252만4천656명(장기 체류자 173만1천803명, 단기 체류자 79만2천853명)에 이르렀다. 불법체류자도 39만여 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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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한 카페에서 경산이주노동자센터가 마련한 '2022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다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사회가 되었다. 외국인 인권,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외국인 범죄, 지역주민과의 갈등, 불법체류 등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건강하고 발전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한 보다 근본적 정책 방향 정립과 치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역사에도 다문화 사회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처했는지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고구려 각저총 벽화에 씨름하는 두 남자가 그려져 있다. 이들의 이목구비를 보면 코가 높고 쌍꺼풀이 짙어 고구려인으로 보기 어렵고, 중앙아시아 출신 서역인으로 추정된다. 신라 제42대 왕인 흥덕왕이 묻힌 경주 흥덕왕릉에 가면 무덤 입구에 서 있는 무인석이 눈길을 끈다. 이목구비와 터번(아랍인 두건) 등을 보면 아랍인 모습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무인석상은 경주 괘릉에도 있다. 2005년 봄 경주를 방문한 이라크국립박물관 연구원들은 괘릉의 무인석상을 보고 '자신들의 조상을 닮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는 당시 신라인과 고구려인이 서역인과 활발한 국제교류를 하고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고려는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외국인 포용 정책을 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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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문화체험행사에 참가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다문화멘토의 도움을 받아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다. 〈영남일보 DB〉

고려는 오는 자는 거절하지 않는다는 '내자불거(來者不拒)'라는 정책을 통해 이주민이 고려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유민과 이주민을 귀화인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귀화하면 이름을 호적에 올리고 성을 하사했다. 주택과 식량, 가축 등도 내려주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우리나라 귀화성 136개 중 60여 개가 고려 때 시작되었다. 물론 범법자가 생기면 남해안 지방의 섬에 유폐하는 등 엄격한 관리도 병행했다.

귀화인들은 주요 관직에 오르기도 하면서 고려 사회의 중심부까지 진출했다. 진정한 고려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려는 자국민이 된 이방의 인재를 통해 풍성한 문화와 강력한 국력을 갖추어 나갔다. 벽란도를 통해 송나라는 물론 대식국이라 불리던 무슬림 상인과도 무역을 했다. 대식국 상인을 통해 서역에 고려가 'corea(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까지 왔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거주권과 인권 침해 사례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등으로 심화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 카드를 꺼내 들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

경주 최부자 가문의 6훈(六訓) 중에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가 들어있다. 어떤 난리가 일어나도 화를 당하지 않고 만석꾼 부자 집안을 대대로 300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개인이든 국가든 최대한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옳다.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인 것이 인간사 아닌가.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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