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31]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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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08:17  |  수정 2022-11-11 08:25  |  발행일 2022-11-11 제35면
세계서 가장 큰 팔각형 석재돔
140년에 걸쳐 완성된 거대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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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대성당의 돔 부분. 지름이 45m나 되는 이 거대한 팔각 돔은 브루넬레스코가 목재 지지 구조 없이 완성한 최초의 돔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여행(2019년 6월) 중 피렌체는 반나절 정도 둘러봤다.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도 외관만 구경하는 데 그쳤다.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종탑에도 올라보지 못했다. 한 식당을 찾아 티본스테이크와 포도주를 맛보고, 가죽 제품 시장을 구경한 후 거리 몇 군데를 돌아봤다. 충분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도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중심 도시인 피렌체는 중세 유럽의 무역과 금융 중심지 중 하나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본고장이기도 한 이곳은 메디치 가문의 본거지였다. 메디치가는 문화와 학문적으로 막대한 후원을 하여 피렌체에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을 세우면서 번성기를 이끌었다. 이러한 유산은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982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피렌체는 가죽 제품이 대표 특산품일 정도로 가죽 제품이 유명하다. 이곳에 명품 본사들이 모여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피렌체 북쪽의 밀라노가 명품으로 유명하지만, 굳이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적당한 상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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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대성당의 종탑이 있는 부분. 조토가 설계해 '조토의 종탑'이라 불리는 이 종탑(85m)에 오르면 대성당 돔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피렌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피렌체는 또한 가죽 공방에서 쓸 가죽을 생산하고 남은 고기를 활용하다 보니 소고기도 유명해졌다. 피렌체의 대표 먹거리는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인데, 일명 '피렌체 스테이크'라고 불리는 매우 두툼한 티본스테이크이다. 티본스테이크는 피렌체 지역의 메디치 가문이 축제 때 처음으로 뼈에 붙은 소고기 등심 요리를 선보이면서 유명해졌다고도 한다. 겉만 익혀 소고기의 신선한 육즙을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 이곳 티본스테이크의 특징이다.

거대한 돔으로 더욱 유명한, 피렌체의 대표적 건축물인 피렌체 대성당에 대해 알아본다.

밀라노 대성당과 맞먹는 규모로 추진
1296년 첫삽, 앞면은 19C까지 미완성
돔 설계 당시 얼개 틀 없이 제작 제시
정신이상자 평하며 건축가 내쫓기도

목재 지지구조 없이 완성한 최초 돔
고딕→르네상스 양식 새 건축물 시작
돔창에 묘사된 그리스도·성모마리아
피렌체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 작품
주교 지하 무덤엔 돔 설계자도 매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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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내의 가죽 제품 시장. 피렌체는 가죽 제품이 유명하다.

◆거대한 돔으로 유명한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Duomo di Firenze)의 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이다. 필리포 브루넬레스코가 설계한 돔이 특히 유명하다. 건물 외벽은 흰색과 녹색·붉은색의 대리석 판으로 마감되어 있다.

성당을 짓는 작업은 1296년에 시작되었으나, 축성(祝聖)을 받은 것은 1436년에 이르러서였다. 이 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화려한 녹색·붉은색·흰색의 대리석 파사드,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 컬렉션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돔 덕분에 명성이 높다.

지금의 피렌체 대성당은 이전에 산타 레파라타 성당이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도시의 번창으로 인구가 급증하던 시기여서 기존의 성당은 너무 작았고, 성 베드로 대성당이나 세인트 폴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 등과 맞먹는 규모의 성당이 필요했다.

새로운 성당은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1296년에 처음 설계했다. 피렌체에 파견된 첫 교황 사절이었던 발레리아나 추기경에 의해 1296년 9월 첫 공사에 들어갔다. 이 방대한 프로젝트는 140여 년간 계속되었다.

아르놀포가 1302년에 사망하자 대성당의 공사는 미루어졌고, 1330년 공사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1334년에는 조토 디 본도네가 공사를 감독하게 되었다. 조토의 주요 성과는 종탑 건물을 만든 것이었다. 조토가 1337년 죽고 난 후 안드레아 피사노가 종탑 건축을 이어갔으나, 1348년 흑사병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1349년 대성당 공사가 재개되고 이후 많은 건축가가 참여해 공사를 진행했다. 1418년 오직 돔만이 미완성 상태로 건물이 완성됐다. 외벽은 수직과 수평으로 교대하는 여러 색의 대리석 배열로 되어 있다. 대리석은 여러 지역에서 가져왔다.

15세기 초 대성당의 원통형 부분이 건설되었으나, 성단소(聖壇所·성당의 제단이 놓이는 공간) 위의 넓은 공간(지름 45m)은 돔을 갖고 있지 않았다. 팔각 건물 위에 만들어야 할 돔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1419년 대성당 돔의 설계안 공모에서 브루넬레스코가 당선되어 설계 의뢰를 맡게 된다. 브루넬레스코(1377~1446년)는 이탈리아의 건축가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미술 원근법을 발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브루넬레스코의 해결책은 전례가 없는 방법이었다. 그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돔의 얼개 틀 없이 돔을 세우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평가위원 가운데 몇몇은 정신이상자가 들어왔다며 쫓아내기도 했다.

그는 돔의 천장을 두 겹으로 만들어 무게를 경감하고, 더 무거운 안쪽 천장이 가벼운 바깥쪽 천장을 받치도록 했다. 한편 팔각형인 외피와 내피는 그 사이의 공간에 아치형 구조물을 내접할 만큼 튼튼했고, 그에 힘입어 안팎의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제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둥근 돔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브루넬레스코의 돔'이라 불리는 팔각형의 돔이 완성되었다. 이는 고딕 양식을 역사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르네상스 양식이라 불리는 새로운 건축 양식의 출발을 의미했다.

이후 이런 규모의 돔은 20세기에 들어서 초경량 소재가 발명된 후에야 만들 수 있었다. 그의 창의력이 그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이 거대한 구조물의 무게는 3만7천t이고 400만개 이상의 벽돌이 사용되었다. 돔 공사는 1420년에 시작되어 1436년에 완성되었다. 대성당은 교황 에우제니오 4세가 1436년 3월25일 축성하였다.

이 돔은 역사상 최초로 목재 지지구조 없이 지은 팔각형 돔이었고, 그 당시 가장 규모가 거대한 돔이었다.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재 돔이다. 이 돔은 르네상스의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돔이 세워지고서 150년 이후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이 이 규모를 뛰어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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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대성당 정문 주변 모습.

◆돔 설계한 브루넬레스코는 성당 지하에 묻혀

대성당 건물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안으로 시작한 후 1436년 돔까지 완성되었으나, 돔 위의 랜턴(빛을 받아들이는 첨탑)은 1469년 베로키오가 구리로 된 구(球)를 설치하면서 완성되었다. 바닥에서 돔 위 랜턴의 열린 부분까지의 높이는 90m에 이른다. 그러나 대성당의 앞면은 19세기까지도 아직 미완성이었다.

원래의 앞면(파사드)은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디자인했으나, 여러 이유로 앞면은 19세기까지 외관이 장식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졌다. 1864년 대성당의 새로운 앞면에 대한 현상 설계 공모가 진행됐고, 에밀리오 데 파브리스(1808~1883년)의 설계안이 1871년에 당선되었다. 공사는 1876년 시작되어 1887년에 완공되었다. 흰색과 녹색 그리고 붉은색의 대리석으로 된 이 고딕 양식의 앞면은 종탑 및 세례당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피렌체 대성당은 특히 44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유명한데 이것을 만드는 작업은 14세기와 15세기 이탈리아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조 작업 중 가장 큰 사업이었다. 회랑 안의 창들에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나오는 성인들이 묘사되어 있고, 돔의 원통형 안과 출입구 위에 있는 둥근 창에는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가 묘사되어 있다. 이들 작품은 도나텔로, 로렌초 기베르티, 파올로 우첼로,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 등 당시 피렌체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대성당은 1965년부터 1974년 어렵게 발굴되었는데, 지하의 시설(볼트)은 수백 년에 걸쳐 피렌체 주교들을 매장할 때 사용되었다. 최근에 이 영역의 고고학적 역사가 재현되었다. 로마 가옥의 유적, 초기 기독교 시대의 포장도로, 이전에 있던 산타 레파라타 성당의 폐허와 뒤를 잇는 이 교회의 확장이 드러난 것이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인 지하실 일부분에 브루넬레스코의 무덤이 있다. 이처럼 중요한 매장 장소에 묻혔다는 것은 그가 피렌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증거이다.

피렌체 대성당에 붙어 있는 종탑은 조토 디 본도네가 설계했다 하여 '조토의 종탑'으로 부른다. 높이가 85m로, 41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종탑에 오르면 대성당의 돔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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