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검은 토끼의 해, 검은색에서 찾는 희망

  • 전영
  • |
  • 입력 2023-01-05 06:45  |  수정 2023-01-05 06:47  |  발행일 2023-01-05 제23면

2023010401000147300005581
전 영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2023년 계묘년은 60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검은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다. 2022년 임인년은 임(壬)이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였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연속해서 '검은색'이다.

검은색이라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최후·밤·어둠·죽음·불행….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같은 단어를 생각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도 사실상 검은색은 기피 대상이었다. 기자이면서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가 지은 '컬러의 말'이라는 책자에서도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인류 역사에서 검은색은 지하세계나 죽음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자칼의 머리가 달린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와 기독교의 악마, 힌두의 여신 칼리 등 죽음과 지하세계의 신 대부분이 전부 검은색 피부를 지녔으며, 애도 및 주술의 색 또한 오랫동안 검은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가에 갈 때 검은색 옷을 입고 가는 게 예의이고 근조 리본도 마찬가지로 검은색이다.

지난해는 검은색이 가진 어두운 이미지가 모두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라는 국민적 재난이 일어났으며 슬픔은 치유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양쪽으로 갈린 정치세력은 선거 이후에는 더욱더 갈등으로 치달았다. 그러는 사이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고 서민경제와 직결된 모든 지수는 빨간불을 켰다.

올해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정치는 새해 벽두에도 여전히 내 편 네 편으로 갈려서 헐뜯고 악다구니를 퍼붓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정세도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가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둔감하기만 하다. '지난해의 어둠이 올해도 걷히지 않는 것일까'라는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자. 다행스럽게 검은색은 최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이나 창조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검은색을 보면 매년 홍수 이후 나일강에 퇴적되어 비옥함을 불어넣은 토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성경 속 창세기를 비롯해 많은 고대 문명 설화에서 빛은 어둠에서 나왔다. 우주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밤에 눈을 감아 빛을 차단해야만 꿈이 피어나므로 밤은 비옥함을 상징했다.

올해 검은 토끼의 해가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는 원년이길 기대한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여사는 한 인터뷰에서 "평소 지역에 신경을 전혀 안 쓰던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얼마 따냈다고 플래카드를 걸어놓는다.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가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가 말한 "국민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인이 되길 주문해 본다.

경제는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 안정에다 서민 살림살이의 근간인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것을 집결해야 하는 시간이다. 회사원에게는 임금인상과 인센티브의 즐거움을 주고 자영업자에게는 찾아오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기쁨을 주어야 한다.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고 수출이 활기를 되찾는 경제 재도약의 시작이다.

정부가, 정치가, 기업이, 개인이, 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희망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 '시작'을 담은 '검은색' 토끼해를 맞은 국민의 바람이다.전 영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