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 시티·따뜻한 공동체'] 스마트시티가 만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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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8 09:40  |  수정 2023-04-28 10:32  |  발행일 2023-04-28
TK신공항, 2030년 개항 목표 경북 군위·의성지역 건설 예정
탄소배출 최소화 혁신적 스마트 공간으로 건설돼야
효율적 공항 관리 스마트시티 기술 적용 필수
UAM, 하이퍼루프, 고속 자율주행버스 등 스마트 이동기술 구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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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게티이미지뱅크〉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법)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500만 시도민의 염원과 지역 정치권의 단합된 힘이 만든 결과다.
TK신공항특별법에는 군 공항의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 지원,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이 핵심 내용으로 반영됐다. 이로써 TK신공항은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으로 전환돼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동력을 갖추게 됐다.
TK신공항은 2030년 개항을 목표로 경북 군위·의성지역 16.9㎦ 부지에 건설되며, 그 주변 반경 10㎞에 첨단물류 및 산업단지, 친환경 에어시티로 개발하고, 공항이 빠져나간 종전 부지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 개발을 통해 첨단산업·관광·상업 중심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뚫고 특별법이 통과되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실질적인 공항건설과 부지개발에 보다 더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0세기 이후 거듭된 기술혁신으로 항공기는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보다 빠르게 앞당기며 시간과 공간 개념을 새롭게 현실화시켰다. 특히 지식과 물류의 연결 속도와 빈도가 중요한 오늘날, 항공운행의 거점인 공항의 존재여부는 도시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도시의 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에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과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거점(허브)으로, 똑똑한 공항, '스마트 에어포트(Smart Airport)'라는 스마트시티의 축소판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TK신공항과 종전부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스마트시티 공간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신공항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스마트 공간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은 2016년 파리에서 맺은 기후협정에 의거하여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기후행동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각국 정부는 항공기 이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2021년 4월 자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공항인 수도 스톡홀름의 브롬마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프랑스에서는 열차로 2시간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국내선 항공 운영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TK신공항은 탄소배출억제라는 국제 추세를 거스르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세계에서 제일 모범적인 친환경 기법, 저탄소 공법 활용, 에너지와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현하는 공항 건설이라는 세계의 모범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태양광 지붕과 캐노피를 설치해 연간 4천460만 ㎾h의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이나, 창문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유리를 설치하여 냉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미국 포트워스 국제공항 등이 좋은 선례다.
둘째, 스마트 공항은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구현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공항에 체류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사용자 중심의 효율적인 공항관리가 요구된다. 효율적인 공항 관리는 스마트시티 기술 적용이 필수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이동의 장벽을 낮추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게 한다. 두바이 공항의 홍채인식 '스마트 터널', 인도 켐페고우다 국제공항과 인천공항의 '얼굴인식 스마트패스 서비스' 등은 수십분씩 걸리던 절차를 단 15초에 마무리할 수 있다. KLM 왕립 네덜란드 항공은 2019년에 약 40㎏의 짐을 싣고 시속 4.8㎞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케어-E'라는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다. 또한 아부다비 국제공항은 두 개의 터미널에 450개의 센서를 달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승객과 수화물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수도 있다. 이처럼 통합 신공항에서도 사물인터넷, 로봇, CCTV,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 실험과 확산을 지원함으로써 공항이라는 공간으로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구현한 세계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셋째, 스마트 공항은 연결, 연결, 또 연결을 책임진다. 공항은 사람들의 이동을 위해 모여들기에 허브 기능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허브는 노드와 노드를 연결한다. 이러한 연결을 위해 스마트 기술의 적용은 매우 중요하다. 스키폴 공항은 기존의 GPS로 파악할 수 없는 실내 위치를 비콘 기술을 이용하여 공항내부에서 승객과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스마트 이동기술은 공항 내부의 공간 연결뿐만 아니라, 공항과 도심의 빠른 연결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대구가 민선8기를 시작하면서 강력하게 추진중인 UAM(도심항공교통)을 포함하여, 시속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진공관 이동체 하이퍼루프, 고속 자율주행버스 같은 스마트 이동기술을 구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스마트시티 대표도시로써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Friedrich Von Borries)와 벤야민 카이스텐(Benjamin Kastern)은 '도시의 미래'라는 책에서 공항을 이송수단 거점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들은 공항을 전세계 사람 누구나 2년간 머물 수 있는 초국가적 경제자유특구로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매우 과격한 제안이지만 미래의 도시공항은 사람의 연결과 기술의 실험, 도시기술기업(urban tech)의 기업투자설명회, 스마트시티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 상담 같은 일들이 팝업으로 열리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넷째, 종전부지는 글로벌 플래그십 공간으로 구성한다. 당장의 경제적 자산을 높이기 위해 민간에 부동산 개발로 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접근성을 고려할 때 내부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미래전환적인 실험이 이루어지는 공간, 대구가 세계에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을 조성하였으면 한다. 쇠락해가던 철강 제조산업의 배후지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도시 전체를 재건한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빌바오처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집결과 과감한 결단, 담대한 행동이 요구된다.
도시공간은 당대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가올 후손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당대에 모든 것을 다 만들겠다는 책임감에서 탈피해야 한다. '비어있는 판(板)'을 뜻하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처럼 우리가 제대로 된 종전 공간의 얼굴을 찾기 전까지 분산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로 시민들의 생각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신공항 건설은 모처럼 찾아온 대구·경북의 좋은 기회다.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실험하고 구현하는 미래형 공항건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방성과 활력이 넘치는 글로벌 선도도시의 초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구TP 기술인프라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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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기술인프라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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