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디어 통한 아동 심리상담·치료행위, 아이들 인권 침해 아닌지 진지한 고민 필요

  • 박종문
  • |
  • 입력 2023-07-19 13:50  |  수정 2023-07-20 08:56  |  발행일 2023-07-24 제24면
전 세계 인터넷망 연결, 기록 무한 재생 상황서
사적 영역 문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은 신중한 접근 필요
그 대상이 아동이라면 더욱 진지한 고민해야
배정순
배정순 대구행복진흥원 사회서비스실장(여성가족/청년청소년/평생교육총괄)

언젠가부터 개인의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마주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개인 혹은 부부나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전문가가 진단하고 패널이 출연해 의견을 나누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다.이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심리 정서적 문제를 많이 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상담이나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일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다루는 병리들이 지극히 개인적인데 있다.프라이버시를 공공의 영역으로 드러내는 데는 개인의 용기와 판단이 필요하다.물론 성인이라면 그 또한 본인의 선택에 맡겨질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인터넷망으로 연결되어 기록이 무한 반복 재생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사적인 영역의 문제를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노출해버린다는 것은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특히 그 대상이 아동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미성년자의 심리상담이나 치료 장면에는 진단과정에서부터 보호자의 동의가 수반된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우선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아동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한 공공영역에서 심리상담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병리를 그대로 노출해야 하고 개인의 병리가 공개된다.아무리 부모가 이에 동의한다고는 하지만,자신의 사적 영역의 문제를 노출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판단하고 선택하기 어려운 아동이라면 이 판단은 유보되어야 한다.부모나 보호자가 치료의 행위에 동의할 수는 있지만 치료과정을 공개하는 영역은 또다른 문제이다.

세상에 공개되어 기록이 남고 반복 재생되는 자신의 모습을 과연 이후 성인기에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아동의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런 프로그램의 제작과 배포에는 아동의 인권이나 권리는 빠져있다.시청률 무한 경쟁,그리고 클릭 수에 따르는 엄청난 수입구조에 빠져 자칫 우리 아이들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배정순<대구행복진흥원 사회서비스실장(여성가족/청년청소년/평생교육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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