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이 제대로 되려면…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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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1 06:53  |  수정 2023-08-31 06:53  |  발행일 2023-08-3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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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우려스러운 점은 여전히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국내 기업규모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나름대로 잘 적응해 온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을 앞지르는 플랫폼기업 성장이 더디다는 점에서 산업전환에 실패 또는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게 된다.

이런 흐름은 전체적으로 정책대응 실패로 봐야 할 것이나 도전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선택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그 일례가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창업보다는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취업보다 의사,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려는 입시경향을 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세계적 트렌드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촉진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는 창업이 취업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해외 유수 대학들도 창업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아직 창업보다는 취업교육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새정부 들어서는 '지방시대'에 창업이 소환됐다. 정부는 6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로 정하고 지역균형발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도권 집중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것으로 보여 국가균형발전, 지역발전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박한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부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조직정비와 함께 다양한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이다.

주무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정의한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 등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말한다. 중기부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7개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하고 있다. 지역가치, 로컬푸드, 지역기반제조, 지역특화관광, (지역)거점 브랜드, 디지털 문화체험, 자연친화활동 등을 비즈니스 유형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에 취업할만한 기업이 없고 성장성 기업의 탄생도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청년 활동가들에게 지역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 지역발전을 견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이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기부가 대학·지자체와 좀 더 면밀하고 촘촘하게 협력해 정책을 수립하는 등 질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무늬만 바뀐 기존정책인 경우가 많은데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정책도 닮은 꼴이다. 기존 스타트업 정책을 골간으로 하면서 뭔가 대단하게 정책 전환을 한 것처럼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이름만 붙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로컬 크리에이터 전략이 성공하려면 이처럼 무늬만 바꿀 것이 아니라 지역을 떠나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은 대학생, 창업보다는 의사나 약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고 싶어 하는 수험생들에게 창업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실질적 정책전환이 필요할 것이다.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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