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례·제사 간소화는 시대 흐름…형식보다 마음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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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9 06:55  |  수정 2024-02-09 06:58  |  발행일 2024-02-09 제27면

명절 차례와 기제사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간소화가 핵심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예와 전통의 보루이자 상징처럼 인식되던 종가에서도 감지된다. 유교 제례문화의 지침서로 불리며,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주희가 집대성한 '주자가례'나 조선시대 예학자들도 '조상 제사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문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이번 설을 앞두고 조상 제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동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통상 밤 11~12시였던 제사 지내는 시간은 40개 종가 모두 오후 7~9시로 변경했다. 또 35개 종가는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 지내는 합사(合祀)형태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개 종가는 친밀감과 생전 대면 여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기존 4대봉사를 조부모까지인 2대봉사로 변경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명절 차례의 경우 설은 새해가 밝았음을,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무사히 잘 지었음을 각각 고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돌아가신 조상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미의 기제사와는 달리 '예를 올린다'는 표현을 한다. 그래서 차례상은 간단한 음식과 과일 정도로만 간소하게 차려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웠던 절차가 불러온 정신적·물질적·시간적 부담이 이 같은 변화를 촉발시켰다. 차례나 제사의 본질이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 있다면 여건에 따라, 시대변화에 따라 본심을 다하는 데서 의미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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