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닉슨독트린, 애치슨선언 닮은 트럼프의 위험천만한 발언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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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4 06:56  |  수정 2024-02-14 06:57  |  발행일 2024-02-14 제27면

미 대선 유력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며칠 전 유세 현장에서 나토 회원국을 향한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동맹국들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일화를 언급하며 "어느 큰 나라의 대통령이 '우리가 돈을 내지 않아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냐'고 물었다"며 "당신네는 (분담금을) 내지 않았으니 채무 불이행자다. 보호해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상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하겠다. 당신(회원국)들은 돈을 내야 한다"고 위협했다고 했다. 우리의 최애(最愛) 우방 미국의 유력 대권 주자가 뱉은 동맹 무시 이적성 발언이 놀랍고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 발언은 머잖아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트럼프 재집권에 어떤 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

트럼프의 인식은 그뿐 아니라 미 공화당과 강성 지지자들 사이 꽤 넓게 공유되고 있는 게 문제다. 4년 주기 미 대선 때마다 이런 걱정이 반복된다면 동맹 신뢰는 악화할 게 뻔하다. 벌써 "자립할 준비를 할 때"라고 유럽의 동맹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린 트럼프가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때 '주한미군 철수'를 우선순위 의제로 삼겠다고 한 말을 상기해야 한다.

1969년 미군의 한반도 퇴장을 시사한 닉슨 독트린을 연상시킨다. 닉슨 독트린 직후 박정희 정부의 '자주국방론'과 대한민국 핵무기 개발 비밀 사업이 시작됐다. '애치슨 선언'과도 닮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발언 직후 1950년 미국이 (방위선에서)한국을 제외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의 남침이 있었던 점을 경고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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