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외교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

  •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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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4 06:56  |  수정 2024-02-14 06:58  |  발행일 2024-02-14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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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2024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금세 끝날 것 같았던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소모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여파가 한반도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대남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일본과의 물밑 협상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는 와중에 두 개의 전쟁에 버거워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화당의 국내 우선주의에 밀려 전쟁 지원 예산도 막혀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당황하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두 개의 전쟁으로 미국의 전력이 분산된 상황에서 다음 분쟁지역으로 동아시아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고 했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미국 조지타운대 데니스 와일더 교수는 "미국에 두 개 전선은 위험하다. 중국은 많은 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길 원한다"라며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Foreign Affairs' 등 외교 저널들의 주요 주제이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50여 개의 핵 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전개할 전략적·전술적 운반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대량살상무기 기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이고, 대한민국 영토를 완전히 점령하겠다"고 도발적 야욕을 드러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복잡한 국제정세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면 기존의 외교 네트워크가 유지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면 전면적인 개편 가능성이 크다. 우리 외교 전략의 대전환(grand transition)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와 민간 차원의 '외교전략검토그룹'(가칭)의 구성이 필요하다. 외교부와 국방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관들, 전문 학자들로 구성하여 현 국제정세의 변화를 분석하고 외교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의 저자인 하버드대학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도 한국의 적극적인 외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한미 동맹을 레버리지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복원에 노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의 복원과 강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국제관계는 절대적 이익(absolute gain)이 아닌 상대적인 이익(relative gain)을 추구하는 비제로섬 게임이다. 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셋째, 대북한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 압박과 제재는 효과가 없다. 외교적 고립과 내부 모순으로 인한 붕괴 등 봉쇄전략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어정쩡한 이중전략(double theory)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정부에서 북한과의 물밑 접촉에 실패한 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핵무기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와 한미 동맹의 변화 범위 내에서 핵 주권을 협상해야 한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도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우리 국민 대다수도 지지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금언과 같이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법이다. 윤석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 노선의 재정립을 기대해 본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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